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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80% 부동산 묶여…증시로 돌려야 국가도, 노후도 ‘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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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80% 부동산 묶여…증시로 돌려야 국가도, 노후도 '윈윈'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가계 자산의 80%가 집중된 부동산 경기가 침체기를 겪으면서 한국인의 가계 자산이 10여 년 만에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주식과 채권 등 한국의 증시가 저평가된 가장 큰 원인으로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 구조를 지적한다. 국내 인구구조가 초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앞으로는 부동산보다는 금융자산으로의 대규모 자본 이동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 평균 총자산은 5억 2727만 원으로 전년 대비 2045만 원(3.7%) 감소했다. 가계 자산이 줄어든 것은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주택 가격이 하락한 이유가 컸다. 총자산 중 금융자산은 1억 2587만 원으로 전년 대비 3.8% 증가했지만 실물 자산은 4억 140만 원으로 5.9% 감소했다. 통계청은 “실물 자산 중에서도 주택이 10% 하락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자산 80% 부동산 묶여…증시로 돌려야 국가도, 노후도 '윈윈'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가계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가계 자산 5억 2727만 원 가운데 부동산 자산은 4억 1424만 원으로 전체 자산의 78.6%에 달한다. 미국은 2021년 기준으로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8.5%에 불과하다. 일본(37.0%), 영국(46.2%), 호주(61.2%) 등도 우리나라를 크게 밑돈다.

문제는 자산의 부동산 편중 현상이 국가 경제 차원에서는 생산성 저하, 개인 차원에서는 노후 대비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대가 올라가게 되면 연구개발(R&D) 등에 쓰여야 할 돈이 임대료 등으로 쓰이거나 기업의 생산 비용이 증대돼 자본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기업의 생산성이 떨어지면 결국 국가 경쟁력도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대 추구의 사회 분위기가 만연하게 되면 기업도 부동산 자산을 늘리게 되고 이는 또다시 생산성 저하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10년간의 한국 주식시장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8.0%로 미국(14.9%), 일본(8.3%), 영국(9.6%), 중국(9.3%) 등 주요국보다 뒤떨어진다. ROE는 자기자본을 활용해 1년간 얼마나 많은 순이익을 창출했는지 판단하는 수익성 지표로 경영 효율성을 가늠하는 척도로 쓰인다. ROE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자본 생산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외 투자자들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고질적인 원인은 가계 자산이 부동산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국내 증시가 저평가되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낮은 자본 활용성과 배당성향이 꼽힌다. 주식과 채권으로 대표되는 금융시장 등으로 몰릴 만한 유동성이 전부 수도권의 부동산으로 흡수되면서 주식시장에서는 코스피 박스권 현상, 단기 차익을 노린 각종 금융 사기, 채권시장 저성장이라는 악순환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10년여간 코스피지수가 35%가량 상승한 사이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약 179%, 일본의 닛케이255지수는 약 155% 상승했다.

앞으로는 이러한 ‘부동산 불패’ ‘강남 불패’ 신화에도 금이 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한국의 인구구조가 이미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개발업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트렌드가 데이터센터·실버타운 등 기업형으로 넘어가 전국적인 단위의 주거용 아파트 ‘붐’이 돌아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말이 돈다”고 귀띔했다. 실제 국토연구원이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9.4%는 주택의 거주 가치를 선호한다고 했고 투자 가치는 30.6%에 불과했다. 특히 부동산에 투자 가치를 두는 비중은 20대와 30대가 각각 34.1%, 33.2%, 50대와 60대는 각각 28.8%, 28.8%로 고령층으로 갈수록 낮아졌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인구 자연감소 추세에도 1인 가구 증가로 국내 가구 수는 2039년 2387만 가구로 정점을 찍을 것”이라며 “2040년쯤에는 총주택 수요량도 정점에 도달하기 때문에 그 이후 주택 가격은 하락 추세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2040년 이후부터는 빈집이 급격히 늘어나며 2050년에는 전체 재고의 13%가 빈집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결국 밸류업의 실행은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달려 있다”며 “부동산에서 증시로 자금이 흘러야 개인의 노후 대비에도 유리한 만큼 밸류업이 머니 대이동의 지렛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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