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에 카드 업계가 울상 짓고 있다. 카드사들은 고금리에 따른 어려운 업황 속에서도 비용 효율화 노력을 통해 1분기 실적 개선을 도모했다. 하지만 금리인하 시점이 애초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카드 업계의 보릿고개는 길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2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2년 초과·3년 이하 여전채 금리(수익률)는 평균 4.72%를 기록해 1년 전(2.64%)보다 2.08%포인트 급등했다. 2년 전인 2022년 4월(1.43%) 대비로는 금리차가 3.29%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여전채 수익률은 발행 금융회사인 카드사에는 이자 비용을 뜻한다. 즉, 카드사 조달 금리가 2년 새 3배 이상 높아졌고, 조달 비용 역시 3배 이상 불어났다는 얘기다.
여전채 금리는 고금리 기조 속 장기·단기를 가리지 않고 오름세를 보인다. 6개월 이하 여전채 금리는 지난 2022년 4월 0.77%에서 지난해 4월 2.02%로, 올해 4월 3.85%로 뛰었다. 6개월 초과·1년 이하 금리는 최근 1년 새 1.15%포인트 뛰었다. 같은 기간 1년 초과·2년 이하 금리는 0.87%포인트, 3년 초과·5년 이하 금리는 1.04%포인트 상승했다.
카드사들은 수신 기능이 없는 탓에 채권 발행을 통해 필요한 자금의 절반 이상을 조달하는데, 금리가 가파르게 뛰기 시작하면서 조달 금리에 대한 부담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조달 비용이 커지면서 카드사들은 너도나도 수익성 악화에 빠진 것은 물론, 건전성을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국내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비씨·우리·하나)의 당기순이익은 총 2조5741억원으로, 1년 전(2조7269억원)보다 5.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연체율은 1.21%에서 1.63%로 0.42%포인트 급등했다.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카드사들은 비용 효율화 움직임을 통해 수익 개선에는 성공했지만, 연체율이 뛰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하나카드 연체율은 1분기 기준 1.94%를 기록해 2% 턱밑까지 치솟았다.
더욱이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고 올해 금리를 내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당장 내달 말까지 카드사 채권 만기 도래분이 4조5850억원에 달하는데, 이 중 금리가 1%대에 머무는 채권(2조6200억원)이 절반을 웃돈다. 즉, 내달까지 만기가 도래한 채권을 다시 발행한다면 카드사의 조달 금리가 두 배 이상 뛰게 된다는 의미다. 이미 카드사 이자비용은 지난 2021년 약 1조9000억원에서 2022년 약 2조7000억원, 지난해 약 3조8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자금 조달을 다변화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채권은 카드사의 가장 기본적인 조달 수단”이라면서 “금리인하 시점이 계속 늦춰질수록 카드 업계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하반기에도 어려운 조달 환경이 뒤집히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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