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당초 계획했던 105층이 아닌 55층 2개 동으로 낮춰 짓는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서울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사업지연이 또다시 장기화할 전망이다. 서울시는 2016년 사전협상 당시 현대차그룹이 결정한 계획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GBC 건립에 대한 설계변경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안을 유지하겠다는 의견을 최근 현대차그룹에 전달했다. 서울시는 기업 여건을 고려해 협상의 여지가 있긴 하나 이미 사업 계획에 대한 협의를 마친 상황이기 때문에 설계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사전 협상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GBC는 현대차그룹이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에 대규모 신축 사옥 등을 짓는 사업이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축구장 11배에 달하는 7만9342㎡ 부지에 105층 타워 1개 동, 35층짜리 숙박·업무 시설 1개 동, 6~9층의 전시·컨벤션·공연장 건물 3개 동 등 5개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2016년부터 서울시와의 사전협상을 통해 3종 주거지를 일반상업지로 세 단계 종상향을 해 용적률 상한선을 대폭 올렸다. 이후 2019년 건축허가가 난 이후 2020년 5월 착공에 나섰다.
사전협상 과정에서 서울시와 현대차그룹은 GBC 신축 허가 조건으로 1조7491억원 규모 공공기여 이행 협약을 체결했다.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잠실주경기장 리모델링 등 9개 사업을 현대차그룹이 직접 수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105층 랜드마크 건설에 따른 용적률 특혜를 적용받았다.
서울시는 공공기여 규모와 관련, 사업이 미뤄지는 동안 지가가 크게 오른만큼 현대차그룹과 재협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사전협상 운영지침에 의하면 3종 주거지에서 일반 상업지로 종상향하는 경우 해당 부지 가치의 40% 만큼 공공기여로 부담해야 한다. 2016년 기준으로 서울시는 32.4%의 공공기여율을 적용해 1조7491억원이라는 기부채납 금액을 확정했다. 하지만 GBC 사업이 지지부진한 동안 지가가 2배 이상 훌쩍 뛰면서 추가 이익분이 발생했다.
현대차그룹이 초고층 설계를 두고 재검토에 들어간 이유로는 공사비 급등이 꼽힌다. 2014년 당시 땅값 10조5500억원을 포함한 사업비는 14조8595억원 수준이었으나 그 이후 공사비가 치솟으면서 예상 사업비를 크게 웃돌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에 105층, 1개 동 초고층 건축 대신 55층 높이 2개 동과 저층 4개 동을 짓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설계 변경으로 현대차가 아낀 사업비는 최대 3조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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