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22대 국회의 최우선 과제로 송전망 확충이 필요하다는 정치권과 전문가들의 주장이 잇따라 제기됐다. 재생에너지가 아무리 늘어나도 이를 실어나를 송전망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은 수년전부터 제기됐지만 결국 21대 국회에서도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마무리됐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재생에너지는 물론 원자력발전 역시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국회그린뉴딜기후위기연구회 소속 의원들은 22대 국회에서라도 이 문제를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전영환 홍익대 교수는 2일 국회의원회관 2세미나실에서 개최된 \’탄소중립과 원전안전을 위한 22대 국회의 과제\’ 세미나에서 “현재 국내 송전망은 포화상태로 추가 건설을 지금부터 시작해도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해상풍력 확대도 송전망 부족으로 더 이상 사업인가가 어려운 상황이며 석탄발전을 액화천연가스(LNG)발전으로 대체하는 것과 원전을 확대하는 정책 모두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확대 등 분산된 전력을 수요처에 공급하기 위한 새로운 송전선이 필요한 것은 자명하지만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지금같은 송전망 상태라면 신규 원전이 들어와도 2030년 경에는 전력을 생산해도 정산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전력시스템은 수도권에 44%의 수요가 집중되어 있는 반면 발전기는 34% 정도 수준의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수도권 수요의 모자란 부분은 호남, 강원, 충청 지방의 발전기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향후 수도권 송전망은 전기화에 따라 증가하는 양에 더해 수도권 화력을 대체해 지방에서 공급되는 재생에너지 전력만큼을 실어나를 능력을 확충해야 할 처지다.
그러나 현재는 수도권에 집중된 수요만으로도 송전망은 거의 포화상태이다. 최근에 이슈가 됐던 데이터센터도 수도권에서는 더 이상 필요한 양을 조달할 수 없어 전원 인근의 지방으로 건설을 유도하고 있다.
전 교수에 따르면 현재의 인구 분포가 그대로라면 수도권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수요는 지금보다 훨씬 증가해야 한다. 그는 “현재 피크 시 34% 정도를 공급하는 수도권의 화석 연료 발전설비는 거의가 무탄소 전원 즉, 재생에너지와 수소전소발전기로 대체돼야 할 것”이라며 “수도권은 입지 측면에서 재생에너지로 현재의 발전기를 대체하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송전망을 확충해 이를 보완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단위면적 당 송전선 길이가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하고 있어 현재보다 더 많은 송전망을 수도권으로 집중해 건설하는 것은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선 서남해안 대단위 풍력, 인근지역 석탄발전기가 단계적으로 폐지됨에 따라 기존에 건설된 송전망을 이용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한다”며 “울산 지역 대단위 부유식 해상풍력단지는 2025년 새울 3·4호기 원전이 들어오는 시점에 송전망이 부족해질 것이라 보고됐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궁극적으로 송전망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전기요금의 지역별 차등화를 통한 가격 신호 제공으로 수요의 분산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도권으로 초고압 송전선 건설을 최소화하고, 지역 거점 수요지역을 서로 연계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며 “조금씩 소매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차등화하고 이를 확대함으로써 국민들이 이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장기적, 정책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도매요금과 소매요금이 연계된 전기요금 현실화를 통한 송전망 투자 여력 확보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지원하고 송전망을 확충하려면 결국 자금이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도매요금이 소매요금으로 회수가 안돼 한전의 여력이 없어 뭘 해보려 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전면적인 규제체제에서 벗어나 시장기반을 만들고 가격기능이 작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의 좌장을 맡은 홍종호 서울대학교 교수도 “에너지업계에서 전기요금을 정상화 하자고 하면 국민의힘은 산업계에 부담이라고 하고, 민주당은 서민과 자영업자에게 부담이 되니 안된다고 한다”며 “결국 한전보고 계속 적자를 보라는 셈인데 이게 지속가능한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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