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취임 후 줄곧 ‘비용 절감’을 강조해 왔지만 1년간 판매관리비(판관비) 측면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판관비 규모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데다, 영업이익 대비 판관비 비중은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가운데 가장 컸다.
2일 우리금융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판관비는 1032억원으로 집계됐다. 임 회장 취임 직후인 지난해 1분기 판관비는 1037억원으로 1년 새 5억원 줄어드는 데 그쳤다. 시계열을 늘리면 판관비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였다. 우리금융 판관비는 2021년 1분기 918억원, 2022년 1분기 997억원 등 증가세를 보였다.
판관비는 기업활동의 전반적인 관리와 유지에서 발생하는 비용으로 인건비와 감가상각비, 접대비, 광고선전비, 용역비, 용품비 등 매출원가에 속하지 않는 모든 영업비용을 포함한다. 기업이 비용 절감에 나설 때 가장 먼저 손을 대는 부문이기도 하다.
우리금융의 1분기 판관비 세부사항을 살펴보면 물건비가 대폭 감소한 반면 인건비가 크게 늘었다. 우리금융은 1분기 임대료·접대비·광고·선전비 등이 포함된 물건비로 2100억원을 썼는데 전년 동기(2520억원) 대비 16.0% 감소했다. 반면 1분기 인건비는 6370억원으로 전년 동기(6060억원) 대비 5.1% 증가했다. 임 회장의 비용 절감 전략이 주로 물건비 절감에 편중된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영업이익경비율(CIR)도 여전히 높다. 우리금융의 올해 1분기 CIR은 40.6%다. 이는 지난해 1분기 40.4%와 비교하면 소폭 상승했다. CIR은 판관비를 영업이익 대비 얼마나 지출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CIR이 낮다는 것은 금융사 경영 효율성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우리금융은 1분기 4대 지주 가운데 가장 높은 CIR을 기록했다. 이 기간 KB금융은 36.9%, 신한금융은 35.4%, 하나금융은 37.4% 등 모두 30%대를 보였다.
임 회장이 지난해 3월 취임 후 비용 절감을 가장 강조했지만 실제 개선까지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우리금융은 NH농협금융지주까지 포함한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실적 최하위로 밀려나자 비용 절감을 주력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당장 이익 기반을 단기에 확장해 수익성을 높일 수 없는 상황에서 전 부문에 걸쳐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구상이었다. 우리금융은 임직원 수를 지난 2022년 159명에서 지난해 122명으로 37명(23%) 감축하고 조직 개편을 통해 지주 임원을 11명에서 7명으로 줄였다.
비용 절감뿐 아니라 실적 개선에서도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우리금융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8245억원으로 전년 동기(9137억원) 대비 9.8% 하락했다. 우리은행 순이익도 7897억원으로 전년 동기(8762억원) 대비 8.4% 줄었다. 우리은행의 경우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이 75억원으로 수천억원에 달하는 다른 시중은행과 비교해 미미한 수준임에도, 이자이익과 영업이익이 줄며 실적이 악화했다. 비은행 계열사들의 실적도 저조했다. 우리카드와 우리금융캐피탈의 1분기 순이익은 290억원, 330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6.6%, 15.4%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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