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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금융 부실채권 92% 급증…자산건전성 ‘경고등’

이투데이 조회수  

부동산PF 시한폭탄에 연체율↑
농협단위조합 부실채권 1년간 8.2조 ‘쑥’
NPL커버리지비율 81.8%로 ‘뚝’
지배구조ㆍ내부통제 규휼마련 미흡


전국 2100여 개의 상호금융 조합들의 자산건전성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악재가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으로 대기 중인 데다 수익성은 고꾸라지는데 대출 연체율은 급격히 오르고 있어서다.

특히 농협조합의 경우 부실채권 규모가 1년간 8조2000억 원가량 불어나는 등 신용위험에 경고음이 켜진 상태다.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무리한 대출로 이자 부담이 쌓이면서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차주가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1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 등 상호금융 단위 조합 2142곳의 고정이하여신(NPL) 커버리지 비율은 평균 81.8%로 전년 대비 55.3%포인트(p) 하락했다.

NPL 커버리지 비율은 충당금을 부실채권으로 나눈 값으로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에서 발생한 예상손실을 얼마나 잘 흡수할 수 있는지 나타낸 지표다. 100% 이하면 충당금보다 부실채권이 더 많다는 얘기다. 부동산 PF 대출을 중심으로 부실이 더 커질 수 있어 향후 잠재적인 부실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축소된 것이다.

이들 조합의 부실채권 총액은 17조1304억 원으로 전년 대비 91.8%나 급증했다. 반면 충당금은 13조8362억 원으로 13.7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업권별로는 지난해 말 기준 신협 개별조합의 NPL 커버리지 비율은 54.5%로 전년(81.4%) 대비 26.9%p 하락했다. 타 업권 대비 비교적 높은 충당금을 쌓은 농협도 97.2%를 기록하며 100% 밑으로 떨어졌다. 수협과 산림조합도 각각 57.1%, 58.63%로 NPL 커버리지 비율 100%를 크게 하회했다. 4대 시중은행의 NPL 커버리지 비율 223.3%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비율도 3.4%로 전년 말(1.90%) 대비 1.5%p 상승했다. 이 중 산림조합이 3.73%로 가장 높았으며 △수협 3.66% △신협 3.2% △농협 3.01%를 기록했다. 특히 농협은 금융감독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상호금융 단위조합에서 발생한 고정이하여신은 17조1304억 원으로 전년(8조9308억 원) 대비 91.8% 늘어났다. 회수 불가능한 대출이 빠르게 늘어났다는 의미다.

상호금융권의 연체율도 치솟고 있다. 지난해 말 상호금융조합의 연체율은 2.97%로 전년보다 1.45%p 올랐다. 수협(4.14%)이 처음으로 4%대를 넘어섰고 신협(3.63%), 산림조합(3.41%), 농협(2.65%) 모두 일제히 상승했다.

문제는 상호금융기관의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규율체계 마련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현재 신협에만 적용되고 있는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이 모든 상호금융기관에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적기시정조치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감독기준 개정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신협은 부실채권을 털어내기 위해 NPL 자회사 설립을 논의한 바 있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지난해 연체율 감축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NPL 회사설립을 계획했다”며 “올해 자체적으로 채권을 매각할 수 있는 NPL 자회사 설립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협은 지난달 발족된 ‘비상경영대책위원회’ 아래 부실채권 관리를 위한 태스크포스(TF)’ 꾸렸다. 연체 감축을 위한 법률, 감정 평가를 지원할 계획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최근 리스크는 부동산 시장 등 전반적인 시장 침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중앙회 차원에서 부실 채권과 연체율 추이 등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PF 부실 위기 속 정부가 상호금융 단속의 ‘골든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상호금융기관은 가계대출이 21조 원가량 감소하며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상호금융기관 정체성에 맞게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에 맞는 감독체계 개편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투데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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