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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만 키운 우군 확보…숙부에 밀린 반쪽짜리 ‘이우현 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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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만 키운 우군 확보…숙부에 밀린 반쪽짜리 '이우현 체제'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OCI(456040)그룹이 지난해 5월 이우현 회장의 취임과 동시에 지주사 OCI홀딩스(010060)와 사업회사 OCI로 분할하면서 본격적인 3세 경영의 포문을 열었다. ‘마지막 개성상인’으로 불렸던 고(故) 이회림 회장이 창업한 OCI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제2의 도약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1년이 흐른 지금 이 회장은 여전히 숙부들에게 밀린 3대주주로 반쪽짜리 독립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 이후 첫 빅딜이자 지배력 강화의 묘수로 꼽혔던 한미사이언스와의 통합이 불발돼 우군 확보도 제동이 걸렸다. 여기에 신성장 동력 찾기 또한 난항을 겪으면서 이 회장의 리더십이 중대 기로에 섰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손실만 키운 우군 확보…숙부에 밀린 반쪽짜리 '이우현 체제'

1일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를 보면 이 회장의 OCI홀딩스 지분(3월 말 기준)은 6.62%로 숙부인 이복영 SGC에너지 회장(7.45%)과 이화영 유니드 회장(7.49%)보다 낮다. OCI홀딩스의 총수지만 단일 최대주주는 아니다. 이 회장은 2017년 부친인 고(故) 이수영 OCI그룹 명예회장의 지분을 넘겨받으면서 최대주주에 올랐다. 하지만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분을 매도하면서 최대주주 자리를 둘째 숙부인 이화영 회장에게 내줬다. 2020년까지만 해도 2대주주를 유지했지만 이마저도 첫째 숙부인 이복영 회장이 OCI 주식을 추가로 사들이면서 3대주주로 내려앉았다.

◇인적 분할 무리수에도…지배력 더 하락=이 회장은 지난해 지주사 전환을 단행했다. 지주사 전환을 위한 인적 분할이 경영 효율화라는 표면적 이유보다 대주주 지배력 강화의 목적이 더 크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사인 ISS 역시 인적 분할에 반대 의견을 냈다.

인적 분할 이후 오너들이 사업회사 OCI의 지분을 OCI홀딩스에 출자하고 OCI홀딩스 신주를 받는 스와프 과정을 거치며 오너 일가 및 특수관계인들의 OCI홀딩스 지분은 일부 상승했다. 세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2.23%에 불과했지만 지주사 전환 이후 현재 28.93%까지 올랐다. 특별한 자금 소요 없이 오너가의 지분율이 6%포인트 이상 높아진 것이다. 이 회장의 개인 지배력도 더 줄었다. 인적 분할 과정에서 두 숙부의 지분 역시 늘어나면서다. 이 회장과 두 숙부의 지분율 차이는 4.61%포인트에서 8.32%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겉으로는 1인 경영 체제지만 사실상 두 숙부가 이 회장의 의사 결정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 구조”라며 “완전한 독립 경영과 계열 분리를 위해서는 지분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회심의 카드 우호지분 확보…게도 구럭도 다 잃어=취약한 지배구조가 발목을 잡자 이 회장은 우호지분 확보로 눈을 돌렸다. 든든한 동맹군을 만들어 단일 체제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포석이었다. 한미사이언스와의 빅딜에 사업 다각화뿐 아니라 지배력 강화의 목적이 있었다는 해석도 이런 배경에서 제기된다.

한미그룹과의 통합이 예정대로 진행됐을 경우 이 회장의 지분은 한미사이언스 우호지분과 합해 16%를 넘는다. 두 숙부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의 합(14.94%)보다 많다. 다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OCI와 한미사이언스의 통합 결정 이후 사흘간 OCI홀딩스 주가는 15% 이상 하락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분이 적은 오너의 입장에서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을 것”이라며 “주주들의 반대만 봐도 이 딜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선택이었다는 시각이 우세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지배력 강화를 위한 오너가와의 지분 거래 또한 빛이 바랬다. 이 회장은 2021년 금호석유화학과 지분 스와프를 진행하며 우호 세력 확보에 나섰다. 당시 315억 원을 들여 확보한 금호석유화학의 지분(0.59%) 가치는 장부가액 기준(2023년) 90억 원 수준의 손실을 보고 있다. 의결권 자문사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한 이유다. 연구소는 “회사의 자산으로 지배주주나 경영진의 우호지분을 확보해 지배권 유지에 활용하는 것으로 주주 권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도…묘수 안 보여=이 회장의 취약한 리더십은 친족 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한미그룹과의 통합 불발 등으로 리더십에 흠집이 생기면서 의사 결정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OCI홀딩스에만 지분이 있는 반면 숙부들과 그들의 자녀들은 각각의 그룹뿐 아니라 OCI홀딩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이화영 회장이 속한 유니드 역시 OCI홀딩스 지분(0.58%)을 갖고 있다. 친척 혹은 계열사 지분으로 경영권을 공격할 경우 방어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이 회장이 숙부들의 지분을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로 매입하는 것도 쉽지 않다. 부족한 자금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수천억 원의 자금이 필요한 만큼 블록딜이 당장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적 분할부터 한미 빅딜까지 이 회장의 경영 행보가 되레 리더십을 흔드는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자금이 부족한 현실에서 지배력 강화를 위한 묘수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서울경제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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