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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효자’도 옛말…중국에 밀린 위기의 한국 석유화학 [석유화학 생존 공식]

이투데이 조회수  

‘수출효자’ 석유화학
中 증설에 수익성 악화
중국발 과잉 공급도 문제

김민서 기자 viajeporlune@아시아 최대 플라스틱 전시회 ‘차이나플라스 2024’가 지난달 23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중국 상하이 국립전시컨벤션센터(NECC)에서 열렸다.

“10년 전 한국 기업들과 비슷한 모습입니다.”

지난달 23일부터 나흘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규모 플라스틱·고무 전시회 ‘차이나플라스 2024’에 참가한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꾸린 부스를 둘러본 뒤 이렇게 평가했다.

중국 업체들은 생활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페트병부터 세제, 가전제품 등을 줄지어 늘어놨다. 한국 기업들이 고기능·고성능(스페셜티) 제품을 테마별로 전시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생활용품에 쓰이는 플라스틱은 주로 범용 제품에 속한다. 이 관계자는 “한때 한국이 장악했던 범용 시장을 중국이 대체한 현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했다.

한국 석유화학 산업은 1990년대 중반 서유럽과 일본의 사업재편에 따른 범용 석유화학 시장의 빈자리를 채우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다. 2005년 이후 중동과 미국의 대규모 증설 기조에도 우리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 기대 성장 가도를 달렸다.

중국 정부는 2010년 후반부터 ‘화학굴기’를 내걸고 자국 내 에틸렌 등 기초유분과 중간원료 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격적인 증설에 나섰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은 5174만 톤(t)으로 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5년 전인 2018년(2565만 톤)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30여 년간 중국 시장에 의존해 성장했던 한국 석유화학 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전체 석유화학 수출 중 중국 비중은 2010년 48.8%에서 지난해 36.3%로 감소했다. 2025년이면 중국의 석유화학 자급률이 100%를 넘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민서 기자 viajeporlune@‘차이나플라스 2024’에 참가한 관람객들이 중국 시노펙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여파로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값싼 중국산 범용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공급 과잉을 일으키고 있는 점도 문제다.

석유화학 기업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금액)는 2021년 톤당 398달러에서 지난해 150달러까지 추락했다. 통상 에틸렌 스프레드는 톤당 300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특히 고부가합성수지(ABS)나 폴리염화비닐(PVC) 등 주요 제품의 스프레드 회복에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2022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천연가스와 전력 등 원료가격 하락에 따라 암모니아와 염소 계열 제품의 전반적 판매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다.

글로벌 정유사들이 탄소 중립 흐름 속에서 ‘탈석유’의 일환으로 석유화학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에쓰오일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손잡고 9조 원 가량을 투입해 울산에 대규모 석유화학 생산 설비를 건설하는 ‘샤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아람코는 지난달 22일 중국 석유화학 업체 흥리 석유화학 지분 10%를 확보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중국 기업들의 지분을 일부 인수하거나 합작법인(JV)을 설립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업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기업들은 진퇴양난의 현 상황에서 아람코 협력업체들의 잠재적 추가 증설 가능성, 원가 경쟁 측면에서 또 한 번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중국이 집중하는 범용 제품 대신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스페셜티 제품을 비롯해 배터리 소재, 친환경 플라스틱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페셜티 제품 관련 기술력을 확보하고, 미래 신사업을 발굴하는 일은 생존이 걸린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투데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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