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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석유화학의 앞날은…3가지 시나리오 [석유화학 생존 공식]

이투데이 조회수  

사진제공=LG화학LG화학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공장 전경

한국 석유화학 산업은 1990년대 중반 서유럽과 일본의 사업재편에 따른 범용 석유화학 시장의 빈자리를 채우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다. 2005년 이후 중동과 미국의 대규모 증설 기조에도 우리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 기대며 성장 가도를 달렸다.

2010년 후반, 위험 신호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중국이 자국 내 석유화학 자급률을 높이겠다며 대규모 증설에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은 최대 수출국에서 산업의 위기를 앞당기는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한국 석유화학의 중국 수출 비중은 2017년 50.8%에서 2030년에는 26.4%까지 절반 가까이 감소할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자국 내 자급률 100%를 넘긴 중국이 수출길을 더욱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을 제외하고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 베트남, 인도 등에서 중국과 수출 경쟁을 벌이게 된다면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수요가 회복된다면

1일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에틸렌 수요는 연 1억8117만 톤(t)으로, 2018년 이후 연평균 3.1% 성장하는 데 그쳤다. 올해 에틸렌 수요 전망치는 지난해보다 3.78% 증가한 1억8802톤에 불과하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좀처럼 살아나지 못한 수요가 회복세에 접어든다면 점진적으로나마 업황 반등에 성공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의 6월 금리 인하 가능성과 중국 정부가 펼치는 경기 부양책의 성공 여부가 관건이다.

중국의 대규모 증설 전에도 한국 석유화학 산업은 몇 번의 부침을 겪었다. 기업들은 증설로 수혜를 받는 제품에 집중하거나, 증설 영향력에서 벗어난 제품 생산에 주력하는 등 각각의 상황에 대처하며 위기를 극복했다.

국내 기업들이 최근 스페셜티 시장에 주목하는 것도 이런 전략의 연장선이다. 스마트폰, 자동차 등 산업용 고부가 제품들은 당장 대체가 어렵기 때문에 긴 업력과 높은 기술력을 갖춘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10년 전부터 범용 비중을 축소한 일본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1990년만 해도 일본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미국 다음으로 가장 높은 규모였으나, 내수 침체와 역내 증설로 경쟁력이 약화하자 빠르게 범용 제품 생산시설을 집중화하고 전자소재·의료기기 등 스페셜티 투자를 확대했다. 그 결과 일본 석유화학 회사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시황의 오르내림과 관계없이 6~8%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인도 시장, 중국을 대체할 수 있을까

업계에서는 인도 시장이 중국을 대체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맥킨지앤컴퍼니는 인도 석유화학 시장이 2027년까지 연평균 11%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2년 내 400조 원까지 커질 시장이지만 석유화학 생산 설비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석유화학 중간재는 인도 전체 수입량의 30%를 차지한다.

국내 석유화학 제품의 인도 수출 비중은 3% 남짓이다. 아직 우리 기업들이 입지를 넓힐 여지가 많고, 인도 경제가 고속 성장할수록 수혜 기대도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은 아직 중국의 5분의 1 수준이지만, 중국 경제 성장 속도가 정체되면서 인도가 빠르게 추격하는 모양새”라며 “인도가 제2의 중국 시장으로 성장해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실적 회복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인도 시장이 현실적으로 중국을 대체하긴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증설이 이미 이뤄졌고, 인도 내 자국 기업들이 석유화학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 성장에 기댔던 때와 달리 ‘소규모’ 사이클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고강도 구조조정 불가피”

고유가 시절 덩치를 키웠던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화학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급락에 따른 위기에 봉착하면서 인수합병(M&A)을 활발히 추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성장 둔화, 전기차 시장 부진 등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우리나라 석유화학 업계 역시 고강도 재편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2015년 국제 유가가 배럴당 36달러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파산 보호를 신청한 전 세계 에너지 관련 기업은 58개에 달했다. 이는 2009년 금융 위기 때 에너지 기업 95개사가 파산한 이후 최대 규모다.

미국 다우케미칼은 2013년 성장 정체에 빠진 기초화학사업군을 부분 매각하거나 분사하는 대대적인 사업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아시아 시장의 고성장을 기대하고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으나 중국의 수요 감소가 실적 부진에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세계 3위 화학업체인 네덜란드 라이온델바젤은 원자재 상승과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 제품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2009년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파 산보호 신청 이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해 3000명의 직원을 줄이고, 전 세계 10여 곳의 생산 설비를 폐쇄했다. 더불어 글로벌 지사 및 연구개발센터 20곳의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석화업계의 매각, 구조조정은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라며 “과거 글로벌 화학기업들의 선례를 보더라도 구조적 약점이 우리에게도 문제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고 선제적 위기 분석과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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