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건강을 동시에 챙기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식품업계가 ‘제로 슈거’ 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 제로 슈거가 음료에 치중했다면 최근에는 빙과업계도 제로 슈거 시장에 합류했다.
주류업계도 ‘제로 슈거’가 대세다. 롯데칠성음료는 새로, 하이트진로는 두꺼비 소주 ‘진로’가 대표적이다. 몸에 좋지 않은 액상 과당을 빼 일반 소주보다 건강에 이롭다는 이미지를 얻으려는 의도다. 하지만 기존 소주에도 당류 함량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 포장만 바꾼 마케팅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제로 슈거 소주와 일반 소주는 당류·열량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1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에 판매 중인 제로 슈거 소주와 일반 소주 각 5가지를 시험 검사한 결과 일반 소주 당류는 100㎖당 평균 0.12g이었다. 이는 사실상 일반 소주를 제로 슈거 소주라고 해도 가능한 수준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시한 식품 등 표시기준을 보면 식품 100㎖당 당류가 0.5g 미만이면 무당류 강조표시를 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참이슬 후레쉬 영양 정보 표기를 확인한 결과 원재료명에 과당이 표기돼 있으나 당류 함량은 0g(0%)이었다.
제로 슈거 소주와 일반 소주는 열량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먼저 제로 슈거 소주 열량은 일반 소주에 비해 100㎖당 최소 2.85(2.60㎉), 최대 13.87%(14.70㎉) 낮았다. 하지만 제로 슈거 소주는 일반 소주보다 알코올이 100㎖당 최소 0.5(2.77kcal)에서 최대 2.6도(14.38kcal) 낮다. 알코올 도수에 따라 열량이 차이 나는 점을 고려하면 당류 차이가 소주 열량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한국소비자원은 설명했다.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소비자는 제로 슈거 소주가 일반 소주보다 열량이 현저히 낮을 것으로 오인하고 있다. 제로 음료·주류를 구매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2000명을 설문한 결과 10명 중 6명 이상(68.6%)은 “제로 슈거 소주가 일반 소주 대비 열량이 상당히 낮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제로 식품 성분 관련 오인을 줄이기 위해서는 구매할 때 제로 상품 라벨 뒷면 영양 정보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며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조사 대상 사업자에게 제로 식품 표시 개선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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