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 새 집행부가 1일자로 출범했다. ‘강경파’로 알려진 임현택 신임 회장은 증원 백지화가 아니면 대화도 필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정부와 의료계 갈등은 더 심각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임현택 회장은 이날 의협 회장으로 공식 취임하고, 3년간 의협을 이끌어간다. 임기 첫날이 근로자의 날과 겹친 탓에 2일 취임식을 열고 공식 행보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식은 비공개로 열릴 예정이다.
회장직 인수위원회도 지난 29일 임 회장을 필두로 한 새 집행부 인선을 마쳤다. 42대 집행부에는 강대식 상근부회장을 포함한 8명이 부회장을 맡았다. 회원 대상 법률서비스를 강화하고자 기존 2명 수준이던 변호사 출신 법조이사를 4명으로 늘렸다. 또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성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회장이 당연직 정책이사를 맡는 등 총 27명의 이사가 선임됐다.
인수위는 집행부 출범과 동시에 범의료계 협의체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와의 1대1 대화를 위해 의협, 의학회,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생 등으로 구성된 범의료계 협의체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인수위는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5+4 의정협의체’를 제안한 것에 대해 집행부 출범 직후 범의료계 협의체를 구성해 정부와의 1대1 대화를 언제든지 즉각 시작할 수 있도록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당장 정부와 의협 간 대화의 장이 펼쳐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정부는 의대 증원을 재차 강조하고 있으나, 의협 측은 ‘원점 재논의’를 고수하고 있어서다.
인수위는 “단일화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의견을 종합하고 있겠다는 것”이라면서 “원점부터 시작해서 정확하게 논의를 하자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강경파로 알려진 임 회장이 전면에 나서게 되면서 갈등이 격화할 거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임 회장은 이번 의대 증원 정책과 관련해 전면 백지화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정부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우선 이달 말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의과대학 증원 배정을 받은 전국 32개 대학이 2025학년도에 당초보다 줄어든 1500명 안팎의 신입생 증원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거점 지방 국립대는 대부분 증원 규모의 50%만 신청했으나, 사립대들은 대부분 증원분을 유지하기로 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당초 정부가 제시한 증원 규모인 2000명보다는 줄었지만 원점 재검토를 지속 주장하는 의사 단체들과의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의대 증원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 상황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법원이 증원 규모를 산정한 근거를 따져보겠다고 나섰다. 의대생 등이 제기한 정부의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을 심리하는 서울고법이 정부 쪽에 증원에 대한 근거 자료를 요청하면서다.
일각에선 정부의 의대 증원 절차에 대한 법원의 첫 제동이자 증원 관련 자료 요구라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는 시각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는 전날 의대 교수·전공의·의대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심리에서 정부 쪽에 의대생 2000명 증원과 관련한 대학의 인적·물적 시설에 대한 엄밀한 심사 여부를 포함한 과학적 근거자료를 다음달 10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가 시행되기 전 엄격한 현장 실사가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인적·물적 시설 조사를 제대로 하고 의대 증원분을 배정한 것인지,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예산이 있는지 등 현장 실사 자료와 관련 회의록을 제출하라”고 했다.
재판부가 집행정지 신청 심문 중 내린 요구 사항에 강제성은 없으나, 정부는 지금껏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 대부분 요구 사항을 받아들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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