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종로구 송현동 48-9번지 일대. 경복궁과 창덕궁, 북촌, 인사동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송현동 부지’로 불리는 곳이다. 이 땅은 한양의 중심부에 위치한 만큼, 한국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과거에는 주요 기관들이, 산업화가 진행된 이후에는 삼성, 한진 등 재계가 주인이 됐다.
최근에는 마지막 주인을 만났다. 서울시는 총 부지 3만6903.3㎡ 규모에 걸쳐 문화공원과 주차장·문화시설을 짓는다고 1일 공식 발표했다. 이곳에는 ‘이건희 기념관’이 들어설 전망이다.
■ 서울시, 송현동 부지 ‘문화공원’ 조성 발표
1일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에 문화공원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시는 지난달 30일 제5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북촌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수정가결했다. 주차장과 이건희기증관(가칭) 등 문화시설을 만들어 이곳을 도심 내 시민 휴식 공간으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시는 이번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통해 송현동 부지 내 구(舊)미대사관직원숙소 특별계획구역을 폐지하고 문화공원, 주차장 및 문화시설로 결정했다.
시는 송현동 부지가 입지적으로 조선의 역사를 대표하는 경복궁, 광화문광장과 청와대, 헌법재판소, 대사관 등 주요 행정기관이 입지한 중심지에 위치했을 뿐 아니라, 주요 박물관·미술관·공연장이 밀집해 있어 역사·문화의 중심공간이자 서울 도심 관광 벨트의 중심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2028년 송현동 광장에는 이건희 기증관이 들어선다. 오 시장은 지난해 5월 이곳에서 열린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서 이건희 기증관을 제외하고는 송현동 광장을 시민을 위한 도심 속 녹지공간으로 비워두겠다고 말했다.
■미군·정부·재계 거친 ‘송현동 부지’ 돌고 돌아 ‘이건희 기념관’
이건희 기념관이 들어서면 송현동 부지의 주인은 사실상 ‘돌고 돌아 삼성’이 되는 셈이다. 이 땅의 주인은 지난 100년간 수차례 바뀌었는데, 최초의 민간 소유자는 삼성이었다.
송현동 부지는 조선시대 말기에 왕족과 명문 세도가들의 집 터였다. 일제강점기에는 조선식산은행 사택으로, 해방 후에는 약 50년 간 미 대사관 직원들의 숙소로 쓰였다. 미국이 부지를 반환한 후에는 잠시 국방부 소유였다.
2000년, 이 땅이 처음으로 민간 소유로 넘어온 시기다. 당시 삼성은 국방부로부터 1400억원에 부지를 샀다. 삼성생명은 송현동 부지를 매입한 이후 복합문화시설을 짓기 위해 수년간 노력했으나 모두 불발됐다. 그러나 2008년 대한항공이 2900억원에 이 땅을 넘겨받았다.
대한항공은 이곳에 7성급 한옥호텔을 비롯해서 복합 개발을 추진하려 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변수가 됐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유급휴진을 추진할 정도로 재무 상황이 나빠진 것이다. 결국 대한항공은 이 땅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5580억원에 매각했다.
■ 땅 민간 개발, 두 눈으로 못본다는 서울시?
일각에서는 송현동 부지를 공원 등 공공 개발 외에 다른 방안으로 쓰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시는 박원순 전 시장이 재임하던 약 10년간 이 땅의 민간개발을 사실상 반대했다.
대한항공이 경영난 해소를 위해 부지를 매각하려던 2020년 6 예비입찰 전 인수 의사를 내비친 곳은 15군데나 됐지만, 정작 입찰에는 아무도 응하지 않았다. 업계에선 서울시가 이 부지를 공원화하겠다고 밝히고 부지 보상비를 공고하면서 결국 공개 매각이 무산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오세훈 시장 역시 송현동 부지의 녹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송현동 부지는 녹지생태도심을 대표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녹지가 턱없이 부족한 서울 도심에서 누구나 와서 쉬고 놀고 즐길 수 있는 소중한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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