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4년 코스피 5월 평균 수익률 -0.6%
고금리·반도체 쏠림 현상 증시에 부담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때 코스피 평균 31.6% 하락
반도체 상승 가늠, 엔비디아 실적발표 분수령
오래된 증시 격언인 ‘5월엔 (주식을) 팔고 떠나라(Sell in May and Go Away)’가 피부로 다가오고 있다. 올해 꾸준히 상승해 왔던 코스피지수가 4월 들어 꺾이기 시작하면서다. 2010년 이후 국내외 증시 월평균 주가 등락률만 보면 ‘Sell in May and go away’는 불패의 경험칙에 해당한다. 최근 14년(2010~2023년) 코스피지수의 5월 평균 수익률은 -0.6%다. S&P500지수도 -0.5%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미국 고금리 지속은 주식시장에 부담이 된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5%를 위협하고 있다. 국내 증시는 3월에 반도체 쏠림이 과한 탓에 4월에 이어 5월에도 반도체 대형주가 쉬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5월에 주식을 팔고 도망가라’라는 경고가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의 ‘피벗 지연’ 우려…5월도 발목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4월 한 달간 1.99% 하락했다. 2월(5.82%), 3월(3.95%) 이어가던 상승 흐름이 4월 들어 꺾인 것이다. 코스닥지수도 4월 4.04% 하락했다. 외국인은 4월 코스피 시장에서 3조3727억 원 순매수했다. 강도는 약해지고 있다. 2월 7조8583억 원, 3월 4조4285억 원에서 점차 순매수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닥 시장에서 이달에만 9619억 원어치 팔아치웠다.
일단 국내 증시를 둘러싼 대외환경이 부정적이다. 고유가까지는 아니지만, 미국 고금리 영향이 달러강세-원화약세 구조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주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면서 미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5일(현지시간) 연 4.708%를 기록하며 올해 최고가를 갱신했다.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글로벌 채권담당 최고투자책임자(CIO) 릭 리더는 “금융시장의 연준 금리인하 기대는 과도하게 열정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수석 전략가 스티브 소스닉은 “경제가 더 강할 것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금리 상승을 견딜 수 있었지만, 인플레이션이 채권시장을 더 불안하게 하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넘어설 경우 일드갭(주식투자와 채권투자 간의 기대 수익률 차이)은 마이너스다. 굳이 주식시장에 투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채권금리가 오르면(채권값 하락) 채권 대신 주식을 보유하느라 감수하는 위험의 대가가 작아진다. 작년 8~10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에서 5%까지 상승하면서 S&P500지수와 코스피는 10% 이상의 가격 조정을 경험한 바 있다.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종료 선언으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엔화 자산 매각 후 본국 송환) 리스크도 살아 있다. 엔화 조달 비용 상승으로 엔캐리 트레이드가 일본으로 환류되면 국내 증시에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 과거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구간에서 외국인은 주가 하락시 ‘매도’ 주체 비중을 높였다. 현재 국내 증시의 메인 수급이 외국인인 상황에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벌어지면 국내 증시는 더욱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과거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때 코스피 하락폭은 평균 31.6%에 달했다.
반도체 ‘쏠림 되돌림’…엔비디아 실적 앞두고 눈치게임
1분기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반도체 종목의 상승세 둔화도 우려된다. 3월 코스피 반도체 업종은 시장을 9.4%p 아웃퍼폼했다. 반면, 4월 반도체 수익률은 시장을 2.7%p 하회했다. 금리가 올라 주식시장에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잠정실적 발표로 재료가 소진된 영향 탓이다. 3월 반도체 쏠림이 과한 탓에 4월에 이어 5월에도 반도체 대형주가 쉬어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대형주가 다시 상승할 방아쇠는 22일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다. 5월부터는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인공지능(AI)의 성장이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장은 엔비디아 실적발표로 반도체 주가가 피크아웃을 확인 후 주도주에서 내려올 것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 실적 발표 전까지 반도체 종목의 ‘쏠림 되돌림’ 현상이 나타나며 눈치게임 장세가 펼쳐질 전망이다.
반도체주가 주춤해진 5월 증시에선 뚜렷하게 반등하는 섹터를 찾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조선, 건설 등 산업재가 시장을 아웃퍼폼하고 있지만 중동 분쟁과 유가 상승의 연결고리가 약해졌다. 실제로 유가는 4월 초 90달러를 넘지 못하고 반락했다. 김수연·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 선택지에 올려둘 수 있는 건 성장성을 보고 투자하는 중소형 종목과 밸류업을 할 수 있는 퀄리티 주식”이라고 조언했다.
이재만·박지원 하나증권 연구원은 “5월은 미국과 국내 증시에서 연간 이익 추정치 상향 조정 기업들의 주가 수익률이 높았다는 점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S&P500지수에서는 반도체, 유통, 미디어, 보험을, 코스피에서는 반도체, 헬스케어, 은행, 운송 업종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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