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소하던 석유 소비량이 올해 1분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유 소비는 줄었지만, 대신에 휘발유 소비가 크게 늘었고, 해외 여행 증가로 항공유 소비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석유는 대표적인 탄화수소 물질로, 석유 소비가 늘면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 정부가 가격 시그널을 올바로 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 1분기 우리나라 석유제품 총 소비량은 2억4146만배럴로 전년 동기의 2억3485만3000배럴보다 2.8% 증가했다.
주요 제품 가운데 경유를 제외하고 모두 소비가 증가했다. 경유 소비량은 3753만4000배럴로 전년 동기보다 5.8% 감소했으나, 휘발유 소비량은 2264만1000배럴로 9.3% 증가했고, 항공유 소비량은 946만배럴로 26.5% 증가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프타 소비량은 1억1425만6000배럴로 2.1% 증가했고, 액화석유가스(LPG) 소비량 역시 3375만7000배럴로 4.1% 증가했다.
올 1분기 소비량은 역대 가장 많았던 2022년 소비량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다. 2022년 1분기 소비량은 2억4373만4000배럴로 올해 소비량과 불과 0.9%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올해 1분기 우리나라 석유제품 소비량. 자료=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
이 같은 석유 소비 추세로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은 불가능하다. 우리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인 2억9100만톤(CO₂eq)을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석유 소비량은 2018년 1분기보다 오히려 1.8% 증가했다.
대부분 선진국들의 석유 소비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 석유 소비가 다시 증가하는 이유는 일관되지 않은 탄소중립 및 가격 정책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환경업계의 분석이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이유로 2021년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2년 8개월간 기름값에 붙는 유류세를 인하하고 있다. 인하 폭은 휘발유 205원, 경유 212원, LPG부탄 73원. 유류세가 복원되면 휘발유, 경유 가격은 비싼 편으로 인식되는 1900원대, 1700원대가 되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유류세를 섣불리 복원하기 힘들게 됐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OECD 주요 회원국들의 작년 4분기 평균 휘발유 가격(리터당)을 보면 네덜란드 2822원, 덴마크 2741원, 그리스 2678원, 독일 2607원 등으로 2000원을 훌쩍 넘는 반면, 우리나라는 1691원 수준이다. 경유 가격도 스웨덴 2962원, 덴마크 2547원, 네덜란드 2591원, 독일 2515원 등이고 우리나라는 1619원이다. 우리나라 기름값은 석유공사가 체크하고 있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일본, 캐나다 다음으로 가장 낮다.
우리나라 기름값이 낮은 이유는 세금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세금 비중을 보면 유럽국가들은 휘발유의 경우 대부분 50%가 넘는 반면 우리나라는 42%이고, 경유의 경우 유럽은 대부분 40%가 넘는 반면 우리나라는 30%이다.
정부가 오로지 물가안정에만 초점을 둔 채 탄소중립에는 역효과를 내는 유류세 인하 정책을 2년 8개월 동안이나 유지함에 따라 석유 소비가 재증가하는 최악의 상황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처럼 탄소중립을 등한시한 우리나라의 행동은 반드시 후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한 환경업계 전문가는 “유럽이라고 비싼 기름값이 부담이 없겠나. 저들도 실제로 매우 큰 부담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기름값을 비싸게 유지하는 이유는 친환경 에너지와 가격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며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물가안정을 이유로 에너지요금을 너무 낮게 책정하고 있다. 이 요금으로는 친환경 에너지 산업이 살아남을 수 없다. 여기에 대한 기후청구서는 반드시 조만간 한국에 올 것”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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