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을 울린 중국 증시가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중앙정부 주도의 중국판 밸류업 정책과 함께 경기 회복세가 맞물리면서 반등 모멘텀을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더해 테슬라가 중국에서 완전자율주행(FSD·Full Self Driving) 서비스 제공에 나서며 중국 증시 강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금융정보업체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상하이종합지수(SSE Index)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전일 대비 1.01포인트(0.032%) 내린 3112.03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중국의 ‘코스닥’이라고 불리는 선전종합지수(SZSE Index) 역시 46.59포인트(0.48%) 하락한 9627.17에서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본토와 홍콩, 글로벌 기업들이 다수 편입된 항셍지수(HSI)와 국내에서 출시되는 주가연계증권(ELS) 기초자산으로 쓰이는 H지수(HSCEI) 역시 각각 20.47포인트(0.12%), 21.07포인트(0.34%) 빠진 1만7726.44, 6261.79를 기록하며 약보합권에 위치해 있다.
중국 증시는 이날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연초 이후 상승 폭은 두드러진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올해 들어 이달 29일까지 5% 이상 상승했고 선전종합지수도 2% 넘게 올랐다. 항셍지수 또한 6% 가까이 뛰었고 국내 투자자들의 애간장을 태운 H지수는 무려 11%가량 상승 폭을 기록하며 중국 증시 내 주요 지수 중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는 1% 남짓 오르는 데 그쳤다.
중국 증시가 언제 그랬냐는 듯 바닥을 찍고 반등에 성공한 데는 중앙정부 차원의 노력이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자본시장 활성화와 증시 부양을 위해 우리의 밸류업 프로그램과 비슷한 ‘신(新) 국9조(자본시장 활성화 9대 조치)’를 발표했다.
기업 가치 제고를 지향하는 점이 동일하지만 자율성을 강조한 국내 밸류업 프로그램과 달리 국9조는 배당을 강제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전향적인 부양책을 꺼내 들자 해외 자금도 다시 본토로 몰리고 있다.
중국 제일재경일보에 따르면 연초 이후 이달 26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이 홍콩거래소를 거쳐 상하이와 선전거래소(후강퉁·선강퉁)에서 순매수한 중국 주식 규모는 719억 위안(약 13조66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연간 순매수액(437억 위안·약 8조3000억원) 이상을 올해 첫 넉 달 동안 집중 투입한 것이다.
지난 26일 중국 정부는 자동차 교체 보조금(이구환신) 기준을 확정한 데 이어 중국 대표 가전기기 전문 기업 격력전기는 이달 28일부터 30억 위안(약 5700억원)을 가전 교체 보조금으로 책정해 내수 진작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올해 1분기 중국의 신규 취업자 수도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한 303만명을 기록하며 개선세를 보이고 있어 내수 경기 회복을 지지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에도 활기가 돈다. 테슬라는 중국 인터넷 검색기업 바이두와 협업해 FSD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두가 중국 공공도로 데이터 수집을 위한 매핑 라이선스를 테슬라와 공유하는 데 합의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에는 미국 정치권 반발을 무릎쓰고 테슬라가 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의 생산장비를 구매해 미국 네바다주 스파크스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중국 이차전지 배터리 업체의 주가 상승 모멘텀이 되기도 했다. 이 같은 소식에 CATL 주가는 올해 들어 이달 30일까지 30% 가까이 급등했고, 중국 전기차 제조사인 BYD 주가 역시 13% 넘게 뛰었다.
증권가에서도 중국 증시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경환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중국 정부의 부양책은 팬데믹 이후 후유증 탈피와 순환적인 경기·재고·이익 사이클 회복을 계속 견인하기에는 충분하다”며 “증시 회복의 핵심은 부양책과 성장의 ‘총량’이 아닌 ‘질적(퀄리티)’ 개선”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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