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국내 은행권 실적은 여러 변수와 불확실성이 반영된 성적표였다.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손실 배상 관련 충당부채와 달러 강세로 인한 환율 급등, 기업금융 경쟁 심화 등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결과적으로 리딩뱅크 자리는 신한은행이 차지했다. 하지만 일회성 요인이 사라지고 또 다른 변수가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은행권 리딩뱅크는 예측불가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ELS 직격탄에 KB국민 최하위로
금융권에 따르면 1분기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가운데 신한은행이 928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리딩뱅크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해 리딩뱅크였던 하나은행은 8432억원으로 한 계단 내려왔다. 우리은행(7897억원)과 NH농협은행(4215억원)이 뒤를 이었고 KB국민은행이 3895억원으로 가장 밑이다.
KB국민은행이 최하위로 곤두박질친 직접적 원인은 충당부채다. KB국민은행은 홍콩 ELS 손실 배상 관련 충당부채로 8620억원을 반영했다. 농협은행 역시 3416억원의 충당부채로 순이익이 4000억원대에 머물렀다.
다만 KB국민은행을 제외하면 충당부채 만으로 전체 순위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적은 충당부채를 반영했다. 사실 상 영향이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우리은행은 전년보다 8.5% 감소한 순이익에 머물며 역성장했다.
순위가 뒤바뀐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 홍콩 ELS 충당부채는 각각 2740억원과 1799억원이다. 신한은행이 더 많은 충당부채를 반영하고도 하나은행을 제쳤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공격적인 기업금융 확대에 나서며 리딩뱅크를 차지했지만 올해 1분기 경쟁 은행보다 적은 충당부채에도 리딩뱅크 자리를 내줬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ELS 변수 끝나고…환율·금리 등 변수
하나은행을 필두로 지난해부터 시중은행들은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가계대출의 경우 금융당국의 관리와 부동산 시장 위축 등으로 대출 자산을 크게 늘리기 어려운 까닭이다. 실제 시중은행들은 올해 가계대출 자산을 명목 GDP 증가 수준에서 관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로 인해 기업금융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은행 순이익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실제 1분기 기업대출 잔액 증가를 보면 신한은행이 작년 말보다 6조원 늘어나면서 가장 컸다. ▷관련기사: ‘하나·우리 싸움인줄 알았는데’ 신한은행 기업대출 조용히 가속페달(4월9일)
이와 함께 홍콩 ELS 손실 배상 변수가 2분기에는 사라진다는 점도 리딩뱅크를 점치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KB국민은행의 경우 홍콩 ELS 배상 관련 충당부채를 비롯해 일회성비용 등을 제외하면 1분기 순이익은 1조원을 웃돈다. 2분기 홍콩 ELS 배상 변수가 사라지면 KB국민은행 역시 리딩뱅크 자리를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지면서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되면 대출자산 규모에 따라 순이익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로 인한 환손실 발생 가능성 역시 향후 실적에 변수가 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지면서 은행 수익성이 나아졌고 당초 예상과 달리 올해도 견조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며 “홍콩 ELS 배상 영향이 사라지면 2분기부터 회복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기업대출 자산이 실적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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