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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프롭테크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고금리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 등 여파에 부동산 경기가 위축된 가운데 관련 기업들의 실적과 투자유치액이 크게 감소하면서다. 단순 중개 및 데이터 플랫폼에서 벗어나 인테리어와 해외 법인 이전 컨설팅 등 신사업을 통해 반등 기회를 모색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30일 한국프롭테크포럼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까지 국내 프롭테크 기업이 유치한 투자액은 1307억 원에 그쳤다. 연간 기준으로는 3000억 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전년(1조 2040억 원)보다 크게 줄어든 금액이다. 프롭테크 기업들의 투자 유치액은 2022년 2조 6943억 원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프롭테크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부동산 산업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IT 서비스를 접목한 산업이다. 2018년 정부의 공공데이터 개방을 발판삼아 시장 규모가 지난해 기준 약 2조 원으로 급성장했다. 직방·야놀자·쏘카·알스퀘어 등이 국내 대표 프롭테크 기업이다.
투자액이 급감한 건 고금리로 인한 스타트업 투자 위축과 부동산 경기 불황에 따른 실적 악화다. 직방의 지난해 영업손실액(연결 기준)은 408억 원으로 전년(-370억 원)보다 커졌다. 같은 기간 매출은 883억 원에서 1297억 원으로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매매 거래량 감소에 따른 광고수입 부진과 중국에서의 도어록 등 홈 사물인터넷(IoT) 관련 판매량 저조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업체인 알스퀘어도 영업손실 규모가 2022년 92억 원에서 지난해 238억 원으로 늘었고, 부동산R114도 같은 기간 5억 원에서 33억 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공사비 급등에 착공물량이 줄면서 스마트 건설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콘테크(Con-Tech)’ 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됐고, 프롭테크 분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업용 부동산 거래가 급감한 게 타격이 컸다는 분석이다. 알스퀘어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서울의 업무·상업용 건물 매매 거래액은 12조 7894억 원으로 전년(23조 3877억 원)대비 약 45% 감소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프롭테크 기업 비즈니스 모델은 경기 호황기에 최적화돼 있는 한계를 지녔다”며 “고물가와 거래 감소 등 부동산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만큼 리스크를 분산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프롭테크 기업들은 실적 부진 타개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직방이 이달부터 가상 오피스 플랫폼 ‘소마’의 유료화를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현재 아워홈과 우미글로벌, 동아쏘시오그룹, GS건설, SPC그룹의 섹타나인 등 20여 개 기업이 입주해있다. 소마 사무실 대여비는 규모에 따라 좌석당 월간 15∼27달러 수준이다. 알스퀘어는 중국의 인건비가 높아지면서 탈중국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해외법인 이전 서비스 사업분야를 적극 키워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최근 중국의 법무·회계법인인 항신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밖에 토지 중개거래 전문업체 밸류맵은 올해부터 인테리어 및 야외·구조물 철거 등 신규 서비스를 시작했다.
프롭테크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프롭테크 산업이 걸음마 단계인 가운데 투자 시장이 크게 위축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기업만 살아남는 등 옥석 가리기도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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