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저녁 시간대에 찾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월요일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대형복합쇼핑몰이 몰린 거리 앞은 한산했다. 한 쇼핑몰 안으로 들어가니 1층부터 곳곳에 공실이 보였다. 2층에는 매장이 있었던 흔적이 보였지만 에스컬레이터가 정지돼 있었고, 위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막혀있었다.
바로 옆 쇼핑몰도 상황은 비슷했다. 1, 2층은 손님들이 보였지만 3층은 손님이 거의 없고, 구석으로 돌아가니 공실이 대부분이었다. 오픈하고 비워둔 가게도 보였다. 3층에서 여성복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코로나 시절보다도 장사가 안된다”며 “임대료를 내지 않고 관리비만 내는 가게도 약 40% 정도 되는데 관리비만 내기도 빠듯한 상황”이라고 했다.
동대문 인근 상가는 대형복합쇼핑몰이 몰려 과거 ‘패션 1번지’로 불렸지만, 코로나 팬데믹(감염병 대확산)의 영향으로 공실이 증가했다. 이후 코로나 엔데믹(대확산 종료)으로 공실률 회복세를 보이다 지난 1분기 다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동대문의 상징인 대형복합쇼핑몰이 포함된 집합상가 공실률은 직전 분기에 이어 12.1%를 유지하면서 서울 도심권 중 가장 높은 공실률을 기록했다. 인근 남대문의 집합상가 공실률인 1.4%의 8배 수준이다. 동대문의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엔데믹을 선언한 지난해 2분기부터 3분기 연속 하락했다가 올해 1분기 13.6%로 직전 분기 대비 1.5%포인트(p) 상승했다. 소규모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7.8%에서 올해 1분기 12%로 4.2%p 올랐다.
서울 중구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APM, 밀리오레, 굿모닝시티 등 대형복합쇼핑몰 전체적으로 공실이 약 30% 정도 된다”며 “코로나 엔데믹 이후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기존 가게를 확장하거나 새로 가게를 여는 사람들이 있어 한동안 공실이 채워졌었는데 지금이 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고 했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회복세를 보이지만 동대문을 찾는 관광객 자체가 줄고 있다고 했다. 밀리오레 2층에서 여성복·아동복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하루 방문객 중 국내 손님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해외 관광객들도 예전보다 줄었고, 이들 대부분이 예전처럼 의류 대량구매를 하기보다는 순수 관광 목적으로 찾는 사람들이 많아 매출에 타격이 크다”고 했다.
실제로 저녁 시간대에 방문한 한 복합쇼핑몰에서는 외국인 손님만 가득했다. 1층~3층을 오가면서 본 손님이 모두 외국인이었다. 복합쇼핑몰 앞을 지나던 박모(30)씨는 “저런 쇼핑몰에서 옷을 사본 것이 10년도 더 전이다”라며 “요즘은 옷을 주로 온라인으로 구매한다. 이 근처를 자주 지나가는데 주로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많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의류사업의 경우 특히 온라인으로 소비 트렌드가 완전히 바뀌면서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최근 의류 쇼핑몰들이 대부분 온라인화 돼 있어 동대문과 같은 오프라인 매장들은 매출에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또한 동대문 의류 쇼핑몰 인근은 의류 외에 소비할 수 있는 상권이 부족하다 보니 유동인구가 부족해 상권이 발달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다.
의류만 취급하는 상권으로는 유지에 한계가 있어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최근 우리나라 소비 수준이 올라가면서 국내 소비자들은 의류를 구매할 때 유명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중국 보따리상 수요도 예전 같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대문 의류쇼핑몰들은 여러 물품을 취급하는 복합 쇼핑몰로 변화하지 않는 한 상권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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