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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2차 가이드라인 공개를 앞두고, 투자자예탁금·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주식시장 대기자금이 1차 발표 때와 달리 3조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1차 가이드라인 발표 때는 투자자들이 프로그램 내용을 고려한 다음 투자를 결정했다면, 이번에는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적 발표 시기가 겹치면서 업황 회복이 기대되는 종목들을 주로 담고, 저 PBR(주가순자산비율)주들도 함께 사들인 것이다. 밸류업 발표보다는 기업의 펀더멘털에 초점을 맞췄다는 해석이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투자자예탁금과 CMA 잔고는 총 127조8558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거래 목적으로 증권사 계좌에 넣어뒀거나 주식을 판 뒤 찾아가지 않은 돈으로, 56조5102억원 규모다.
CMA도 71조3456억원 수준이었다. 이는 증권사가 고객이 맡긴 돈을 국고채·양도성예금증서(CD)·회사채 등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해 운용 수익을 내는 상품으로, 주식시장에 언제든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이다. 두 자금 모두 시장에선 대기성 자금이라 불린다.
앞서 증시 대기자금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1차 발표 직전 130조원을 넘어섰다. 발표를 앞둔 2월 23일 기준 투자자예탁금과 CMA 잔고는 각각 53조4207억원, 77조2374억원으로 총 130조6581억원 수준이었다. 2월 초(127조5870억원)와 비교했을 때도, 3조원 넘게 늘어난 수준이다. 당시 업계에선 발표되는 프로그램 내용에 따라 자금 흐름이 결정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증시 대기자금이 1차 발표 때와 달리 2차 발표를 앞두고 줄었다는 얘기다. 증시 대기자금은 1차 발표 직전 대비 2조8000억원 감소했다. 4월 초와 비교해 봐도 약 13조원 증발했다. 업계에선 중동 리스크 심화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 등으로 위축됐던 투자심리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선제적으로 투자 확대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실적 발표 시기와 맞물리면서 업황 개선이 기대되는 반도체·이차전지, 저 PBR 종목들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살아난 것도 대기자금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4월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SK하이닉스·한미반도체·LG화학·삼성SDI를 집중 매수했으며, LS·KT·LG·SK 등 PBR 1미만인 종목들도 함께 사들였다.
여전히 큰 규모의 대기자금이 남아있는 만큼, 2차 밸류업 발표 이후 저 PBR 종목에 대한 추가적인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1차 발표 때 한계로 지적됐던 부분들이 보완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2차 발표 내용이 시장의 기대보다 더 실질적이고, 구체적이어야 고점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실망감 유입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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