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지난해 주택 공급 통계에 19만여 가구 규모의 누락이 있었다며 정정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주택 통계는 정부가 주택 정책을 수립할 때 참고하는 가장 기본 데이터다. 하지만 대규모 오류가 드러나면서 통계 및 주택 정책의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또 지난해 말고 과거에도 오류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와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국토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통계 조작 의혹 등으로 관련자들이 기소되는 등 진통을 겪었는데 이번 사태로 더욱 타격을 입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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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국토부가 밝힌 지난해 주택 인허가·착공·준공 통계에서 누락된 가구 수는 총 19만 2330가구에 이른다. 인허가는 약 4만 가구, 착공은 3만 3000가구, 준공은 무려 12만 가구가 누락됐다. 약 19만 3000가구를 적게 집계한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주택 수치를 파악하는 데이터베이스(DB)시스템 전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전에는 주택공급통계정보시스템(HIS)과 건축행정정보시스템(세움터)을 직접 연계해 통계를 생산했는데 전자정부법 개정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국가기준데이터를 경유해 두 시스템을 연계하는 것으로 바꿨다. 이 과정에서 재개발·재건축 같은 정비사업 코드가 누락돼 물량에 반영되지 않았다.
상시적 통계 누락도 있었다. 정부가 매달 발표하는 주택 통계의 작성 마감 뒤 추가된 물량 등은 통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누락된 19만여 가구 중 10%가량은 이 때문에 발생했다.
문제는 이 같은 잘못된 통계를 기반으로 지난해 ‘9·26 공급 대책’, 올해 ‘1·10 대책’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공급 규모가 과소 집계됐더라도 지난해 물량이 예년 대비 감소했다는 경향성은 바뀌지 않는 만큼 기존 정책 방향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정된 통계를 적용할 경우 오히려 준공 물량은 전년 대비 늘었다. 실제로 정정된 수치를 대입하면 지난해 인허가 물량은 2022년 대비 17.8%, 착공은 36.8% 감소하지만 준공은 되레 5.4% 늘었다. 준공 물량이 늘었다는 게 확인됐으면 주택 정책들이 일부 수정됐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말고 과거에도 주택 통계에 오류가 있었을 확률도 배제할 수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누락된 19만여 가구 중 10%는 매월 말 주택 공급 실적이 마감된 후에 사업자 변경과 준공 정보 변경 등 미세한 부분이 반영되지 않은 데 따른 것이고 그 이전 해에도 같은 오류가 반복됐을 것이라는 의심이 있는 상황”이라며 “이 부분은 민간 위원회 등을 통해 어떻게 집계할 것인지 상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주택 공급 지표 외 미분양 통계도 실제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온다.
특히 감사원의 집값 통계 조작 감사를 받은 후 또다시 통계 오류가 발생한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감사원은 한국부동산원의 집값 통계 작성 과정에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가 있다며 지난해 9월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고 이에 국토부 전직 장차관과 고위 공직자들이 기소까지 됐다.
그나마 통계 오류를 자발적으로 공개한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사태는 통계 조작과는 사안의 본질이 다르다”며 “이러한 통계 오류는 통상 내부에서만 알 수 있는데 이를 숨기지 않고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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