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처리 강행
“보이스피싱도 해결해주나”, 국민적 공감대 형성 충분치 않아
특별법상 피해자여야 선구제, 주택도시기금 활용 적절성도 논란
야당에서 전세사기 피해 지원 방향으로 ‘선구제 후회수’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형평성 논란은 식지 않고 있다.
보이스피싱, 다단계 등과 달리 전세사기에만 정부가 일정 부분 피해를 변제해 주는 것이 적절한 지를 비롯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 중 특별법이 정하는 대상만 한정적으로 선구제 방침이 적용될 수 있어 향후 법 시행 시 혼란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다음 달 2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이 전세사기피해자의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가치산정 후 매입해 전세사기 주택을 매각하는 등 방법으로 회수를 진행하게 된다. 이때 최저 채권 매입 기준은 보증금의 30% 이상 수준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선구제 후회수를 핵심으로 하는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는 실현 가능성에 물음표를 던지며 성급한 법안 처리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선 논란이 야기되는 부분은 사인 간 거래에서 발생한 사기 피해를 정부가 구제하는 데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법이 개정되면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 재정 지출을 해야 하는데, 그동안 보이스피싱 등 상당수의 피해자를 양산한 다른 사기 사건에 공공이 직접 개입한 선례가 없다.
이번에 선례를 남기게 되다면, 앞으로 발생하게 될 여러 유형의 사기 사건에도 정부가 나서 피해를 해소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미 전세보증보험 등 안전장치를 활용하지 않은 피해자에게도 유사한 지원방안을 시행하고자 사회적 비용이 쓰이는 데에 국민적 동의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모든 전세 피해자들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특별법은 전세사기 지원 대상을 전세사기피해자와 전세사기피해자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전세사기피해자는 특별법에서 제시하는 ▲전입신고·확정일자를 갖춘 경우 ▲임차보증금 3억원 이하 ▲다수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의 변제를 받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하거나 예상되는 경우 ▲임대인이 임차보증금반환채무를 이행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는 경우 등을 모두 갖추고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의 결정을 거친 피해자에 한정된다.
해당 요건 중 일부를 갖출 경우 전세사기피해자등으로 정해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똑같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특별법이 제시하는 요건을 모두 갖춘 피해자는 구제 대상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사각지대에 머물러야 해 개정안 시행 이후에도 선구제 대상을 확대해달라는 요구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하는 데에도 적정성 문제가 따라붙는다. 국민주택채권과 청약저축 등으로 조성되는 기금은 임대주택 공급과 신생아 특례대출, 디딤돌·버팀목 대출 등 주택 구입·전세자금 지원에 사용되는데, 이를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매입에 투입해도 되냐는 얘기다.
HUG가 대규모 대위변제 후 회수율이 지난해 10%대에 머물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입된 기금을 얼마나 회수할 수 있을지 전망도 밝지 않다.
이날 진행된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HUG의 역할 토론회’에 참석한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사적 자치 영역의 개입, 직접적인 지원 법위와 한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2년 후, 4년 후 발생할 전세 피해자는 어떻게 할지, 다른 사기 사건은 충분히 지원할 용의가 있냐는 전반적인 사회적 합의, 기본적인 공감대가 만들어진 다음 구체적인 절차와 지원 방법, 범위가 논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택도시기금은 청년층이나 신혼부부, 저소득층 등 정책사업에 투입될 자원이다”“여유자금도 부족한 상태에서 피해자 지원 여력이 있냐는 고민과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 부동산 업계 전문가도 “당장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국토부가 준비해서 시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야당이 선구제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향후 전세사기 피해자 범위를 넓히는 식으로 법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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