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이 제4 인터넷은행 출사표를 낸 국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장 2위 기업 ‘더존비즈온’과 혈맹을 강화하고 있다. 신한금융의 계열사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재무적투자자(FI)를 모아 더존비즈온의 지분을 인수해 2대 주주로 올라섰으며, 신한은행은 더존비즈온이 추진 중인 인터넷은행 ‘더존뱅크(가칭)’ 컨소시엄에 참여해 자금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의 특수목적법인(SPC) ‘신한밸류업제일차 주식회사’는 전날 더존비즈온 주식 303만5552주(9.99%)를 약 2580억원에 매입했다. 기존 2대 주주인 ‘베인캐피탈’로부터 지분을 블록딜 방식으로 인수했다.
신한투자증권은 SPC를 설립해 투자금을 일부 넣고 나머지는 FI를 모집해 자금을 조달했다. 2021년 베인캐피탈이 더존비즈온에 투자할 당시 정한 풋옵션(미리 정한 가격에 자산을 팔 수 있는 권리)에 따라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는 과정에서 신한투자증권이 더존비즈온의 우군이 돼준 것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경영권 등과는 무관한 투자로, 양사 간 협력 관계가 더욱 공고해졌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신한투자증권이 구원 투수로 나선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019년엔 더존비즈온이 4500억원 규모의 서울 중구 부영을지로빌딩을 매입하기 위해 실시한 유상증자에 참여해 1500억원을 지원했다. 당시도 ‘신한더존위하고제일차’ ‘신한더존위하고제이차’ SPC를 설립해 FI를 유치했으며, 더존비즈온이 신규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인수했다. RCPS는 투자자가 요구할 때 보통주로 전환해줘야 하는 주식으로, 전체의 98.9%는 두 곳의 SPC가, 나머지 1.10%는 신한투자증권이 보유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더존비즈온 주식 1.97%를 보유 중이다. 신한은행은 2021년 9월 더존비즈온과 중소기업 특화 금융플랫폼 사업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을 준비하며 협력 강화를 위해 723억원을 투자해 지분을 매입했다. 합작법인 ‘테크핀레이팅스’는 기업 특화 신용평가(CB) 사업을 준비 중이며,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로부터 기업 신용등급 제공업 예비인가 취득 후 본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신한금융이 전사적 지원을 통해 더존비즈온과 협력을 다지는 것은 기업금융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더존비즈온은 인사·재무·공급망·재고 등 기업의 자원 전반을 관리하는 ERP 기업으로, 금융회사가 확보하기 어려운 방대한 비금융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자사가 보유한 금융 데이터와 비금융 데이터를 연계한 매출채권 팩토링(금융기관이 기업의 매출채권을 매입한 후 이를 바탕으로 대출해주는 제도)을 통해 중소기업 대상 중·저금리 대출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중소기업·소상공인 특화 금융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는 더존뱅크 역시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가 개인 금융에 몰두하고 있는 것과 달리 더존뱅크는 기업 금융 특화 ‘챌린저 뱅크’로서 차별화된 강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기존 인터넷은행의 주주로 참여한 시중은행 다수가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에 국한됐다면, 신한은행은 전략적투자자(SI)를 지향하며 다양한 전략적 제휴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존뱅크는 이르면 오는 6~7월 금융 당국에 인터넷은행 인가 신청을 할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은행 신규 인가 기준을 조만간 마련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최근 국회 업무 보고에서 제4 인터넷은행 3대 심사 기준으로 ‘차별성, 자본력, 지속 가능성’을 꼽으며 주요하게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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