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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30일 발표한 지난달 국세 수입이 1년 전보다 6조 원 급감한 것은 ‘법인세 쇼크’ 때문이다. 12월 결산 법인이 전년 실적에 기반해 신고하는 법인세 납부액은 매년 3월 세입에 반영된다. 법인세는 전체 세입의 20~30%를 차지하는 주요 세목이지만 경기 변동에 따라 등락 폭이 크다. 3월 국세 수입 현황에 따라 올해 세수 결손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당초 기재부는 올해 법인세가 77조 7000억 걷힐 것으로 봤다. 지난해 예산안(105조 원)보다 상당히 낮춰 잡았다. 하지만 3월 법인세가 15조 5000억 원으로 역대급 세수 펑크가 발생했던 1년 전(20조 9000억 원)보다 5조 6000억 원 줄며 당국 목표치를 밑돌 가능성이 커졌다. 3월 법인세 진도율 역시 24.1%로 지난해 진도율(30.2%)을 6%포인트 이상 밑돌았다. 지난해 기업들이 저조한 실적을 거두며 예견됐던 법인세 쇼크가 현실화한 것이다.
법인세 목표치 달성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국내 주요 기업들이 지난해 영업손실을 입은 영향이 크다. 국내 법인세의 약 10%를 납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조 5000억 원 규모의 적자를 내며 1972년 이후 52년 만에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지난해 4조 6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SK하이닉스도 상황은 같다. 법인세는 회사의 이익에 매기는 세금으로 적자를 낸 기업은 법인세 납부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의 개별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5% 급감했다. 코스닥 상장사 영업이익 역시 35.4% 줄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적자로 전환한 기업 수가 예상보다 많았다”며 “(법인세가) 예산안보다 적게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법인세와 함께 국세 수입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득세까지 쪼그라들면서 세수 펑크 우려를 키우고 있다. 올 1분기 소득세는 1년 전보다 7000억 원 덜 걷혔다. 법인세와 소득세 감소가 맞물리며 3월 기준 국세 수입 진도율은 23.1%로 1년 전(25.3%)보다 2%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세수 ‘조기 경보’ 발령 기준(22.9%)을 간신히 웃돈 수준으로 2015년(23%)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세수 결손은 구조적으로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올해도 건전재정은 물 건너 갔으며 적자 규모가 4%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법인세 감소는 일정 부분 예상됐던 측면이 있다”며 “세수 결손 규모를 키우지 않으려면 하반기 경기 하방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류세도 세입 변수 중 하나다. 당초 기재부는 올 4월 유류세 인하 조치를 종료할 것으로 예상하고 올해 세입 전망을 짰다. 하지만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이 커지자 정부는 최근 유류세 인하 조치를 6월까지 2개월 연장했다. 유류세가 포함된 교통·에너지·환경세 진도율이 3월 기준 17.4%에 그친 이유다. 지난해(23.9%)보다 6.5%포인트 낮은 수치다. 기재부 측은 “7월 이후에는 유류세 환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유가 상황 등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할 때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상황에서는 재정 건전성을 높이면서 수출 경기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며 “22대 국회에서 재정준칙을 법제화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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