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1분기 ‘선도 금융그룹으로 도약’을 위한 절호의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금융이 1분기 금융권을 강타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에서 한 발 비껴서 있음에도 3위 하나금융과 순이익 차이가 더 벌어졌기 때문이다.
핵심계열사 우리은행이 주춤한 가운데 비은행 계열사 동반부진이 뼈아팠다. 증권’보험사 등 비은행 계열사를 향한 임 회장의 갈증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29일 4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 1분기 실적발표 자료를 보면 순이익 3위 하나금융과 4위 우리금융의 격차는 2100억 원 가량으로 지난해 1분기 1882억 원보다 더 커졌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1분기에 연결기준 순이익(지배주주 기준)으로 각각 1조340억 원과 8240억 원을 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모두 1년 전보다 순이익이 줄었지만 우리금융(-9.8%)의 감소폭이 하나금융(-6.2%)보다 더 컸다.
우리금융이 ELS 사태 충당금으로 75억 원만 쌓으며 다른 금융그룹보다 유리한 고지에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성적으로 평가된다.
하나금융은 1분기 ELS 사태와 관련해 우리금융보다 20배 이상 많은 1800억 원을 충당금으로 쌓았다.
핵심계열사 우리은행이 다른 은행보다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영향이 컸다. 우리금융은 순이익 가운데 95% 이상을 우리은행에 기대고 있다.
우리은행 1분기 연결기준 순이익은 79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8.4% 감소했다. 은행 핵심 수익원인 이자이익이 0.9% 감소한 가운데 충당금이 134.4% 가량 급증한 영향이 컸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 실적은 예상을 밑돌았다”며 “우리은행 대손비용이 경쟁은행보다 많았기 때문인데 중소기업대출 부실이 일부 발생하면서 실질 부실채권비율이 올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1분기 우리은행은 임 회장이 취임 이후 지속해서 강조한 기업금융에서도 기대만큼의 실적을 내지 못했다.
우리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3월 말 기준 지난해 말보다 2.9% 증가하는 데 그쳤다. 4대 은행 가운데 신한은행(3.9%)과 하나은행(3.5%)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은행 실적을 보충해 줄 비은행 계열사도 부진했다.
1분기 우리카드와 우리금융캐피탈 순이익은 1년 전보다 각각 36.6%, 15.4% 감소했다. 특히 우리카드는 4대 금융 카드사 가운데 유일하게 순이익이 후퇴했다.
KB금융은 1분기 홍콩 ELS 사태와 관련해 8천억 원대 비용을 반영하고도 증권과 보험, 카드등 비은행 사업 호조에 힘입어 일정 부분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임 회장에게 비은행 계열사 부재와 부진이 더욱 아프게 다가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임 회장이 마냥 증권사와 보험사를 인수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시장 주주환원 요구가 거센 가운데 우리금융의 자본여력이 큰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주주환원 여력을 가늠하는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은 우리금융이 11.96%로 4대 금융 가운데 가장 낮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비은행 인수합병은 금리 움직임에 따른 중장기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며 “다만 제한적 자본비율과 주주환원 확대 요구도 고려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우리금융은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무리한 베팅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금융은 현재 포스증권과 롯데손해보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이성욱 우리금융 재무부문 부사장은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롯데손해보험 인수를 현재 검토하고 있지만 추진하더라도 과도한 가격은 지불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원칙이다”며 “시장에서 생각하는 자본비율의 큰 하락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임 회장은 지난해 실적 부진을 뒤로하고 올해 ‘선도 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내걸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4대 금융 가운데 유일하게 순이익(-19.9%)이 줄었다.
임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금융은 지난해 선도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초석을 다졌다”며 “올해는 우리의 실력을 온전히 발휘해 고객과 시장이 변화된 모습을 체감할 수 있도록 명확한 성과를 보여줘야 할 때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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