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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지사기가 아니라 복리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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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지난 1월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의 모습. ⓒ 연합뉴스
▲ 사진은 지난 1월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의 모습. ⓒ 연합뉴스

국민연금 시민 대표단이 더내고 더 받는 안을 택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 위원회는 500명의 시민 대표단을 선정하여 숙의과정을 거쳤다. 국민연금 개혁은 전 국민이 이해 관계자다. 연령, 지역, 성 등을 고려해서 약 500명을 선정했다. 그리고  23일간의 숙의과정을 통해 상반된 두 가지 국민연금 개혁과제에 대해 학습, 질문, 토의 등을 거쳤다. 더 내고 더 받는 소득보장론(1안)과 더 내고 현재와 똑같이 받는 재정안정론(2안)을 각각 지지하는 전문가의 설명을 듣고 숙의과정을 거친 시민 대표는 더 내고 더 받는 1안을 택했다.

시민 대표가 1안을 선택하자 중앙일보는 23일 <청년 적은 시민대표단 연금개혁 개악 택했다>라는 기사를 1면에 실었다. 동일기사 인터넷 제목은 <“대참사 될것”…청년 적은 시민대표단 연금개혁 개악 택했다>였다. 중앙일보가 말하는 ‘연금개악’안은 더 내고 더 받는 1안을 의미한다.

그런데 오보다. 중앙일보는 “성, 연령, 지역의 인구 비례에 맞춰 무작위 추출”했다고 하면서 “인구 비례로 뽑다 보니 청년이 적게 들어갔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썼다. 그런데 특정 사회적 의견을 청취하는 표본집단을 선정할 때, 인구 비례를 통해 선정하는 것은 그리 어색한 일이 아니다.

한겨레 기사 <20대 절반 이상 ‘국민연금 더 내고 더 받기’ 원한다>에 따르면 시민대표단의 연령을 분석한 결과 20대는 53%가 더 내고 더 받는 1안을 택하고, 60살 이상에서는 48%만 1안을 택했다고 한다. 20대 청년이 60살 이상보다 1안을 더 많이 선택했으니 1안을 선택한 ‘대참사’가 발생한 이유는 시민대표단에 청년이 적게 들어가서는 아니다.

▲ 중앙일보 4월23일 ‘청년 적은 시민대표단 연금개혁 개악 택했다’ 기사 갈무리
▲ 중앙일보 4월23일 ‘청년 적은 시민대표단 연금개혁 개악 택했다’ 기사 갈무리
▲ 파이낸셜뉴스 4월23일 ‘“5060이 MZ세대 돈 뺏어간다” 연금개혁안 2030 ‘불통’’ 기사 갈무리
▲ 파이낸셜뉴스 4월23일 ‘“5060이 MZ세대 돈 뺏어간다” 연금개혁안 2030 ‘불통’’ 기사 갈무리

중앙일보 뿐만 아니라 몇몇 언론은 세대 갈등을 부추긴다. 특히, 파이낸셜뉴스 <“5060이 MZ세대 돈 뺏어간다” 연금개혁안 2030 ‘분통’>이란 제목은 백미다. 학습 전에 실시한 시민대표단의 1차 설문조사는 2안인 재정안정론이 우세했다. 그런데 학습과 숙의과정을 거칠수록 소득보장론을 지지하는 시민 대표의 비율이 증가했다. 특히, 20대 대표단이 더 내고 더 받는 소득보장론 찬성비율이 60대 이상보다 높았다는 사실은 국민연금에 대한 논쟁과 갈등이 매우 다층적이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만약 5060이 MZ 세대 돈을 뺏어간다면 어떤 5060이 MZ를 착취한다는 의미일까? ‘국민연금 공표통계’에 따르면 2023년 국민연금 100만 원 이상 수급자 687만명 중에서 남성 노인이 95%(65만명)를 차지하고 여성 노인은 단 3만명(5%)에 불과하다. 최소한 모든 5060이 MZ세대를 착취하는 것은 아니다. 남성 노인만의 문제다.

그럼 연금 갈등의 핵심은 세대가 아니라 성별 문제일까? 최근 프랑스에서 연금 수급률을 낮추는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보면 젊은 시민이 많이 보인다. 젊은 시위대는 연금 문제는 세대 갈등이 아니라고 인식한다는 의미다. 젊은 시위대에게 시위 참가 이유를 물으면, 연금 갈등 문제는 세대문제가 아니라 빈부 문제라고 본다. 부자와 기업이 조금만 세금을 더 내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연금 문제는 세대문제뿐만 아니라 성별문제, 빈부문제가 종합된 복잡한 갈등이다. 이런 복잡한 갈등을 언론은 지나치게 세대문제로만 치환하여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다. MZ세대라고 모두 동일한 집단이 아닌 것 처럼 5060도 모두 동일한 집단이 아니다. 5060 중에서도 여성노인과 빈곤 노인은 최소한 세대 착취의 주체가 아니다. 

▲ 1월31일 오전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 출범식에서 주호영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김상균 공론화위원장, 연금특위 여야 간사인 유경준·김성주 의원과 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1월31일 오전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 출범식에서 주호영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김상균 공론화위원장, 연금특위 여야 간사인 유경준·김성주 의원과 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연금은 2055년에 고갈된다는데 왜 학습과 숙의과정을 거친 시민 대표단은 더 내고 더 받는 소득보장론을 택했을까?

현재 국민연금은 자신이 낸 돈보다 더 많이 가져가는 구조다. ‘소득대체율’이 약 2.2배라고 한다. 이는 자신이 100만 원을 내면 65세 이후에 220만 원을 가져간다는 의미다. 자신이 낸돈(100만 원)보다 더 가져가는 돈 만큼 MZ세대는 손해를 본다는 오해가 있다. 그러나 당연한 말이지만 국민연금에 납부한 돈에도 이자가 붙는다. 현재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이 1050조 원이다. 이 중, 가입자가 낸 돈은 460조 원밖에 안 된다. 590조 원은 운용수익금이다. 지난 1988년 국민연금이 만들어진 이후 현재까지 연평균 5.9%의 누적 수익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국민연금 구조에서 낸 돈 보다 더 많은 돈을 가져가는 일을 미래 세대를 착취하고 지속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로 ‘폰지사기’에 비유하곤 한다. 그러나 원종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상근전문위원에 따르면, 1992년생 평균 기준으로 연평균 이자가 5.8% 발생하면, 딱 자신이 낸 돈과 발생한 이자 만큼만 수급한다고 한다. 현재의 소득대체율 2.2배는 폰지사기가 아니라 ‘복리의 마법’이라는 의미다.

언론은 모든 사회 갈등을 지나치게 단순하고 평면적으로 설명하는 측면이 있다. 국민연금 개혁안 1안과 2안 모두 장단점을 가진 만큼 사회적 토론과 타협을 통해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구세대는 1안을 지지하고 MZ세대는 2안을 지지하는 세대갈등이 국민연금 갈등의 본질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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