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유상증자를 확정한데 이어 KDB생명보험도 자금수혈을 추진한다. 취약해진 재무 건전성 관리를 위해 고삐를 당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일 산업은행은 임시주총을 열고 840억원 규모 신주발행을 결의했다. 주당 발행가는 5000원으로 정부는 총 1680만개 신주를 사들이게 된다.
업계는 산은이 자본건전성 개선을 위해 증자를 실시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3.7%로 은행권 평균(15%대)을 밑돌았다. 금융당국의 권고치(13% 이상)에 겨우 턱걸이한 수준이다.
문제는 올해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외화대출 비중이 높은 산업은행에 추가적인 BIS 비율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산업은행의 외화대출 금액은 56조9157억원으로 전체 대출자산의 30%를 차지했다.
원화 대비 달러의 가치가 오르면 산업은행이 보유한 외화대출자산의 원화환산액이 커진다. 위험가중자산 증가가 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개연이 커지자 선제적인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계열사 KDB생명도 자본구조 개선과 경영 정상화에 나섰다. KDB생명은 지난주 이사회에서 오는 6월 20일 납입을 목표로 315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주당 액면가액은 5000원으로 보통주 6300만주가 발행된다.
KDB생명 최대주주는 지분 65.8%를 소유한 KDB칸서스밸류 유한회사다. 산업은행이 KDB칸서스밸류를 통해 KDB생명을 지배하는 구조다. 이번 증자 결정은 산업은행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KDB생명은 이번 자금조달 목적으로 자본구조 개선과 후순위채 조기상환을 꼽았다. 신제도(K-ICS) 도입 이후 취약해진 지급여력비율(K-ICS 비율)을 정상화한다는 목표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능력을 평가하는 건전성 지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KDB생명의 K-ICS 비율은 60%로 나타났다. 경과조치를 적용한 K-ICS 비율도 134.1%에 불과해 금융감독원의 권고치(150%)를 밑돌았다.
경과조치는 제도 도입 시점에 보험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적기시정조치를 유예하거나 보고서 및 공시 제출기한을 연장하는 등 편의를 봐준 조치다. 금융당국은 K-ICS 연착륙을 위해 보험사로부터 경과조치를 신청받아 관리하고 있다.
이번 증자 결정으로 오는 6월 KDB생명에 예고돼 있는 990억원 규모 후순위채 조기상환도 무난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KDB생명 관계자는 “현재 대주주가 증자안을 검토 중인 상황”이라며 “자본 건전성 개선과 후순위채 상환을 위해 이사회에서 증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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