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스타트업은 많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에 조사 결과, 2020년 기준 스타트업은 300만개, 매출액은 1000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스타트업 성공 사례로는 카카오, 당근마켓, 야놀자 등을 꼽을 수 있다. 앞으로의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이들이 스타트업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엔데믹 이후 찾아온 경제위기로 스타트업은 혹한기를 맞고 있어 이에 따른 지원과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에 발맞춰 투데이신문은 한국여성스타트업협회와 함께 [K-스타트업 열전]을 선보인다. 해당 연재를 통해 용기와 도전으로 중무장한 스타트업의 남다른 비전과 스토리를 소개하고, 스타트업 성장 파트너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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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즌 임재희 대표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유경 이유민 기자】 사시사철 카페는 커피를 찾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신조어부터 ‘커피의 민족’이라는 타이틀까지 한국의 커피사랑은 유별나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이 105잔인 반면 국내 1인당 연간 커피소비량은 405잔에 달했다.
그러나 커피 공화국도 이젠 옛말이 될지도 모르겠다. 헬시플레저와 스몰 럭셔리 트렌드로 차(茶) 시장이 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다류 시장 규모를 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는 차는 커피 대안 음료를 뛰어넘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더 나아가 영국의 홍차, 일본의 녹차, 중국의 보이차처럼 한국의 차가 전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사랑받길 원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차(Tea)를 마시는 이유(Reason)를 더 진하게 만들겠다’라며 탄생한 프리미엄 티 브랜드 티즌(TEASON)이다.
티즌은 나주의 한적함과 여유를 담은 배블랜딩 홍차부터 프랑스의 4계절을 담은 마실떼, 추운 겨울 여성의 건강을 위한 허그미애플티 등 특별한 스토리가 담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동시에 블랜딩을 통해 차는 올드하다는 기존의 편견을 깨고, 트랜디하게 재해석했다.
또한 상품성이 떨어져 버려지는 못난이 과일을 활용한 티백을 만들어, 푸드 업사이클링을 실천하고, 지역 농가의 부가 매출을 만들어 주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투데이신문>은 차 문화 형성을 넘어 한국만의 차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목표라는 티즌의 임재희 대표를 만나봤다.
Q. ‘티즌’에 대한 간단한 설명 부탁드린다.
기업명은 ‘Tea’와 ‘Reason’을 합쳐서 티즌(TEASON)이다. 차를 마시는 이유를 더 진하게 만든다는 뜻을 담고자 했다. 2020년부터 시작된 티즌은 티 소믈리에, 티 블렌딩 전문가, 서울과기대 식품공학과 연구진, 푸드 큐레이터 등 전문가들이 모여 ‘한국만의 차 문화 경쟁력을 만든다’는 비전을 향해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국내 농산물과 세계 각지의 최고급 원료를 블렌딩 해 한국적이면서도 트렌디한 차를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또한 다양한 지역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티 클래스, 티 블렌딩 체험키트 개발 등 문화 개발도 꾸준히 하고 있다.
Q. 여러 분야 중, 푸드테크산업의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시작은 단순히 차를 좋아해서, 커피와는 다른 차의 이로움과 다양성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서였다. 커피는 원두 한 가지로 맛을 내는 것에 비해 차는 정말 다양한 원료가 있고 효과와 맛도 다양해 누구나 자신만의 개성 있는 차 취향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차는 블랜딩하는 방식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맛이 나고, 원료를 단독으로 우렸을 때의 단점을 커버하고 장점을 살릴 수 있다. 이처럼 차의 개성과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방법이라 나만의 브랜딩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블렌딩을 통해 차를 자주 마시지 않던 사람들도 관심을 갖고 많이 마시기를 바라며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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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즌 임재희 대표 ⓒ투데이신문
Q. 그간의 창업 과정을 이야기해준다면.
처음에는 푸드테크산업의 ‘기술력’을 보이기 어렵다고 느꼈다. 식품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맛있게 만들기’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기술력으로 인정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선 단순 블렌딩이 아닌 원료를 다르게 가공하는 가공법에 주목하기로 했다. 다양한 자격증을 따고 공정을 하나 하나 공부하며 식품공학과 연구원이나 푸드 큐레이터 등의 식품개발 전문인력을 영입했다. 또한 푸드테크 관련 기관에 찾아가서 MOU 체결을 진행했다. 덕분에 지금은 가공법에 대한 특허를 갖고 있고 나날이 발전 중이다. 올해에는 모교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식품공학과와 R&D도 진행하려고 준비 중이다. 더불어 내년에는 자체적으로 공인 인증된 연구 인프라까지 갖추는 것이 목표이다.
Q. 여성인데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창업했다는 점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25살이라는 나이에 창업을 했다. 여성이고 어린 나이라서 처음부터 ’네가 무슨 사업을 해?’, ’네가 이걸 할 수 있겠어?‘ 같은 말도 꽤 들었다. 사업을 하면서 딸처럼 아껴 주시는 분들께 도움도 많이 받았지만, ‘그냥 회사나 다니지 왜 창업했냐거나 이거 본인이 한 거 맞냐‘며 바지사장으로 의심하신 분들도 계셨다.
얼마 전에는 한 업체와 계약을 진행하면서 몇 가지 사항을 조정 요청드렸는데, 제 카톡 프사를 훔쳐 보시고 ‘보아하니 어린 사람 같은데 계약과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없으면서 사업을 하냐‘면서 고소 운운하고 혼내더라. 나름 4년 동안 회사를 경영하며 계약, 소송 다 해 본 사람인데 제가 어린 여자가 아니었다면 이런 소릴 들었을까 싶었다. 그렇지만 저는 이런 사람들에게 실력으로 보여줄 때, 젊은 여성이 더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때 두 배로 짜릿한 것 같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Q. 현대인들은 계절에 상관없이 커피를 정말 많이 마신다. 그에 비해 차는 그렇지 못한데. 이 부분은 어떻게 돌파하고자 했나.
소위 ‘얼죽아’들은 차가운 음료를 선호하는데 차는 뜨겁게 마셔야 하는 음료라는 인식이 강하다보니 대중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티즌은 찬물 티백을 개발해 물을 끓이고, 찻잎을 우리고, 따르는 것을 생략 가능하도록 했다. 동시에 사람들의 관심이 많고 장벽이 낮은 ‘이너뷰티’에 주목했다. 기능성을 보고 차를 마시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관리를 위해 의식적으로 마시던 차가 만들기 편하고, 맛도 있으니, 어느새 습관이 돼 다른 차도 마시게 되는 그림을 상상했다.
Q. 다른 차 브랜드와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먼저, 최고급 비건인증 원료와 한국의 원재료를 사용해 차를 재해석함으로써 트렌디한 차를 만든다는 점이다. 식품 분야의 이름난 전문가들이 만들고 있는 점, 고급스러운 브랜딩 등도 꼽을 수 있다.
Q. 고객의 니즈(맛, 향, 색감 등)를 맞추기 위한 차 연구와 재료 선정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궁금하다.
우선 전통과 트렌드 모두 잡을 수 있는 콘셉트를 기획하고, 티즌 내부의 전문가들과 함께 가장 좋은 재료를 사용해 신제품을 만든다. 맛과 향은 콘셉트에 맞추는 편이다. 예를 들어 나주블렌드는 나주 배를 고급 홍차와 블렌딩해 고급스럽게 만든 고부가가치 제품이 콘셉트였다. 그래서 홍차와 허브차의 떫은맛과 쓴맛을 나주배와 블렌딩 해 덜어냈다.
이너뷰티 차의 경우 꾸준히 마셔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래서 하루호박차를 만들 때 매일 마셔도 질리거나 부담스럽지 않은 보리차 같은 맛으로 만들었다. 이처럼 제품 콘셉트에 맞춰서 맛과 향의 농도와 방향성을 잡는 편이고 그 다음은 크라우드 펀딩과 사전 체험단으로 고객의 반응을 살피면서 MVP(Minimum Viable Product)를 개발한다.
Q. 마케팅 방향은 어떻게 설정하고 있나.
우선 앞서 설명한 하루호박차는 서울시 소상공인 지원사업을 통해 탄생했다. 처음에는 티즌의 차가 그동안 B2B, B2G 위주로 거래되어 B2C 타깃팅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담당자 분들 덕분에 기존과는 다른 귀여운 패키지를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8가지 원료를 블렌딩했다는 의미의 아이콘과 찬물 전용이라는 뜻의 청녹색을 사용해 티즌만의 차별점을 패키지에 담았다. 제품 촬영도 타깃에 맞춰 귀엽게 잘 나온 것 같다.
Q. 크라우드 펀딩도 성공적으로 진행했는데.
처음에는 자금을 위해 시작했다. 크라우드 펀딩의 특성 상 펀딩이 모두 끝난 뒤에 제품을 받게 되는데, 긴 시간을 참고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고객이 제품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또한 제품 후기를 종종 요청하는데, 매우 열정적으로 피드백을 해 주신다. 단단한 팬층을 쌓고,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크라우드 펀딩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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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즌 임재희 대표 ⓒ투데이신문
Q. ‘차’ 브랜드인 티즌은 어떤 방식으로 푸드 업사이클링을 실천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른 채, 전남 나주에 내려왔다. 나주는 워낙 배로 유명하기에 배 농가를 방문했는데, 버려지는 과일 비율 중 배가 가장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실제로 조사를 해보니 못난이 과일 중 배가 1위로 27% 가량이 버려지고 있었다. ‘나주 배 블랜딩차’의 개발도 잘 키워 놓은 배들이 한 무더기로 버려진다는 농가의 걱정거리를 해결하기 위해서 시작됐다.
이처럼 티즌은 품질에는 문제가 없지만 작은 흠집, 울퉁불퉁한 모양 때문에 상품성이 떨어져 버려지는 못난이 과일들로 티백으로 만듦으로써 푸드 업사이클링을 실천하고 있다. 더불어 못난이 과일을 활용해 과일의 재배 비용과 폐기 비용 절감에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농가의 부가 매출을 만들어 주면서 지역 상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버려지는 다른 과일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고, 꾸준히 푸드 업사이클링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다.
Q. 티즌의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더 나아가 장기적인 최종 목표도 궁금하다.
올해 티즌의 목표는 B2C 사업과 수출의 확대이다. 그동안 티즌의 제품들은 주로 B2B, B2G의 형태로 거래됐다. 그래서 올해는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고, 소비자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살필 수 있는 B2C 사업을 확장해 볼 예정이다. 또한 한국만의 차 경쟁력 형성을 위해 해외 수출을 준비 중이다. 이번에 티즌의 호박차가 한국 화장품에 관심있는 일본인 여성들이 이용하는 큐텐 재팬이라는 플랫폼에 입점했다. 한국의 호박차 시장은 포화 상태이지만, 아직 해외에는 호박차의 효능조차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앞으로 K-뷰티와 K-푸드를 동시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Mentor Coaching(한국여성스타트업협회 임은정 협회장)
티즌의 핵심 3가지는 특별한 스토리, 푸드 업사이클링, 기존의 편견을 깬 트렌디한 재해석이다. 찬물에 우러나는 티백을 개발해 물을 끓이고, 찻잎을 우리는 과정을 생략 가능하도록 했다는 점이 신선하다.
대다수가 처음에는 B2C로 수익 창출을 시작하지만, 티즌은 B2B와 B2G를 수익 창출 모델로 설정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게 한 점도 인상적이다.
티즌은 2024년 B2C 영역으로 시장을 확대하고자 하는데, 마케팅 전략, 상품 개발 등 기존 시장과의 차이가 있어 뾰족한 전략 수립이 필요해 보인다. 커피와의 경쟁 구도가 아니라, 티즌 만이 가지고 있는 차별성과 매력으로 포지셔닝을 하면 좋을 것 같다.
티즌 임재희 대표는 취업을 고민할 시기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창업 아이템 무기로 그리고 이를 실현화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인상 깊다. 티즌의 제품 개발, 창업 스토리 등 예상이 되지 않는 반전이 티즌의 강력한 무기이자 매력이다. 이러한 무기로 티즌이 글로벌에서도 K-차로 많은 나라 사람들을 매료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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