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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불거진 ‘중복 상장’ 논란… 밸류업 통해 해소될까

아주경제 조회수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으로 더블 카운팅(중복 계상) 논란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내달 2일 발표 예정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에 기업들의 구태를 가로막을 구속력 있는 대책이 담길지 주목되고 있다.

중복 계상은 상장사가 사업부를 신설법인으로 분할해 그 경영 성과를 연결 실적에 반영하는 것으로, 모회사 기업가치 하락과 주가 할인을 유발한다. 대내외적으로 국내 주식시장 저평가를 확대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내달 2일 개최되는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를 통해 기업 가치 제고 계획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공개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초안에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면서 기업 가치를 중장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담고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쪼개기 상장’ 방지 대책이 담길지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책 지원을 담당하는 금융위원회는 자세한 언급을 피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는 포괄적인 사안이 제시될 것”이라며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을 취합해 최종안에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쪼개기 상장이란 기업이 알짜 사업부를 독립시킨 뒤 신설법인을 다시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대기업 집단에서 중복상장 논란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LG화학이 이차전지 사업부인 LG솔루션을 분사해 상장시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경우 수익성 높은 사업부를 내준 모회사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LG화학도 LG에너지솔루션이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에 착수한 2021년 12월 7일부터 상장 전까지 주가가 71만1000원(종가 기준)에서 66만4000원으로 6% 넘게 하락했다.
 
HD현대도 HD현대마린솔루션이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지난 2월 19일 주가가 7만2200원에서 이달 29일 6만8500원으로 5% 이상 빠졌다. 특히, HD현대의 자회사 상장은 2021년 HD현대중공업, 2022년 HD현대오일뱅크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HD현대마린솔루션이 흥행에 성공했지만 기존 주주들은 애만 태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기존 모회사 주주에 대한 실효성 있는 보호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대외적으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 중장기 상승 동력의 약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쪼개기 상장에 대한 특별한 규제를 두고 있지 않다. 다만, 모자회사 동시 상장으로 기존 주주의 권리가 침해될 경우 집단 소송에 직면할 수 있다. 여기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 소송법상으로 주주의 권리를 철저히 보호하고 있다.
 
일본에서 중복 상장 사례는 최근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중복 상장에 대한 규제를 두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싱가포르거래소는 상장규정을 통해 동시상장 자회사의 상장 신청 시 자산 및 영업범위의 중복성 심사를 통과해야만 상장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말레이시아거래소는 2022년부터 모자기업의 경우 지배관계를 중단해야만 상장신청이 가능하도록 규제 수준을 강화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 국내에서도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지난 23일 한국증권학회가 서울 여의도 파크원 NH금융타워2 그랜드홀에서 ‘기업 밸류업 성공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정책심포지엄에서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밸류업 성공을 위해서는 기업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러 유인책을 제시하고, 모자회사 중복상장, 대주주의 터널링 해소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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