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마른 전세매물, 가격 상승세 약 1년째 이어져
입주물량도 바닥, 세입자 갱신계약 비중 늘어
“전셋값, 1년은 더 오를 것…전월세 추가 대책 마련돼야”
전셋값 상승세가 멈출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고금리와 전세사기 여파, 입주물량 감소 등이 맞물리면서 가격 상승세를 더 부추기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보증금이 더 오르더라도 새로운 전셋집을 찾기보다 기존 계약을 연장하려는 세입자들도 늘었다.
3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일주일 전 대비 0.07% 올랐다. 지난해 5월 넷째 주 이후 49주째 상승세다.
한동안 집값이 주춤하면서 전세시장에 머물러 있는 수요자들은 늘어난 반면, 이를 뒷받침할 공급이 부족해서다. 높은 금리와 전세사기 여파에 따른 빌라 등 비아파트 기피 현상이 짙어진 것도 한몫한다.
부동산원은 “학군 및 입지가 우수하고 정주 여건이 양호한 역세권, 대단지 위주로 전세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며 “매물 부족 현상으로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실 집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은 지난 29일 기준 2만9782건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3만1771건) 대비 6.3% 줄었다. 올 1월과 비교하면 3만4822건에서 14.5% 빠졌다.
전세매물 품귀로 앞으로도 전셋값이 더 오를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계약 만료가 도래한 세입자들은 신규 계약을 맺기보다 기존 전세계약을 연장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들어 이달 17일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전세계약 3만6247건 중 갱신계약은 1만2604건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35% 정도를 차지한다. 지난해 전체 전세계약 갱신율이 27%인 것과 비교하면 8%포인트 더 늘었다.
종전 계약보다 보증금을 더 올린 증액계약 비중도 커졌다. 새 전셋집으로 갈아타는 것보다 비용 부담이 덜하단 점에서 증액계약을 택하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갱신계약 1만2604건 중 보증금을 올린 계약은 7154건으로 전체 갱신계약의 절반 이상(57%)을 차지한다. 지난해(46%)보다 11%포인트 확대됐다. 반대로 보증금을 낮춰 계약한 경우는 29% 정도에 그쳤고, 보증금 동결 계약은 15% 정도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가격 상승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선 공급이 늘어야 하지만 서울 입주물량은 점차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앞으로 가격을 더 끌어올릴 여지가 남은 셈이다.
서울의 신규 입주물량은 3개월째 줄어드는 추세다. 2월 593가구, 3월 960가구, 4월 491가구 등 1000가구를 밑도는 수준이다. 특히 5월은 입주물량이 단 한 가구도 없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서울은 신축이 부족하고 내년, 내후년으로 갈수록 입주 물량이 줄어서 절대적인 수치보다도 신축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1년 이상은 계속해서 전셋값이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떨어지더라도 급격하게 하락할 가능성은 적다”고 진단했다.
이어 “계약갱신청구권이 남은 세입자라면 갱신이 더 유리하다. 이제 전셋집을 알아봐야 한다면 단기간 입주물량이 많은 강동구 등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계약을 하는 게 낫다. 실거주 의무가 3년밖에 유예되지 않아 4년 전부 거주할 수 없다는 게 아쉽다”며 “금리가 인하하면 전셋값은 더 상승 여력이 생기는 거라 정부에서 전·월세 대출, DSR의 전세대출 자금을 더 강화해서 포함하는 등의 다른 정책이 더 나와주지 않으면 전셋값 상승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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