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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인의 반걸음 육아 17] 돈 버는 것도 육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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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김혜인] 저녁 7시가 되면 이웃집 아이 엄마는 아이 아빠의 연락을 받고 집으로 돌아간다. 같이 저녁을 먹자고 하고 싶지만 가족의 단란한 시간을 방해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아이와 단둘이서 밥을 먹는다.

독박육아를 하는 나를 보고, 사람들은 남편 직업이 뭐길래 그리 늦게 들어오냐고 묻는다. 오히려 그들에게 되묻고 싶다. 다들 남편 직업이 뭐길래 그가 가족과 저녁을 먹고 아이와 함께 잠드는 걸까.

남편에게 불만이 없진 않다. 아이 발달에 아빠의 역할도 중요한데,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남편이 야속하다. 아이는 평일에는 출근 준비를 하는 아빠를 아침에 잠깐 만나는 게 전부다. 주말에라도 세 식구가 온전히 함께 시간을 보내기를 바라지만, 매번 가능하지는 않다. 때때로 남편이 주말에도 일하러 나가면 실망과 서운함으로 마음이 가라앉는다.

아무리 사이좋은 부부여도 아이가 생기면 다툼이 많아진다더니 우리 역시 그렇다. 다툼은 주로 나의 불만에서 시작한다. 육아와 집안일에 지친 내가 투덜대기 시작한다. 아이에게 아빠의 육아 참여도가 매우 중요하다는 말을 곱지 않게 내뱉는다. 남편과 같은 직업의 다른 지인을 언급하며 비교한다. 왜 남들보다 늘 더 늦게까지 일할 수밖에 없는지 추궁한다.

남편이 점점 견디기 힘들어하는 걸 느끼면서도 불만을 계속 늘어놓다가, 남편이 대화를 멈추고 그만 드러누워 버리면 그제야 그친다.

한숨을 쉬는 남편 등을 바라보며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이미 지쳐 있는 사람을 더 지치게 만들었다는 미안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드러낼 수밖에 없는 독박육아의 외로움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남편은 하루에 세 시간을 출퇴근하는 데 쓴다. 육아 참여도는 낮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일을 더 줄이거나 관두라고 할 수도 없다. 남편의 근로소득은 우리 집의 유일한 수입이다. 아이의 발달 지연 치료를 위한 비용이 만만치 않다. 육아 휴직 중인 나는 아이를 돌봐야 하고, 남편은 돈을 벌어야 한다.

아이에게 저녁을 다 먹일 무렵 남편에게 전화가 온다. 오늘도 늦는다고, 미안하다고 말한다. 영상 통화로 바꾸자 아이가 제 아빠 얼굴을 보며 싱긋 웃는다. 부족하고 아쉽지만 행복한 순간이다.

아이는 모르겠지. 네가 이렇게 엄마와 함께 있을 수 있는 건, 늦은 시간까지 돌아오지 못하는 아빠 덕분이란 사실을. 아이가 나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남편도 직장에서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언젠가 남편이 말했다. 인터넷 어떤 사이트에서 “돈 버는 것도 육아다”라는 글을 보았을 때 그게 정말 위로가 되었다고. 알고 있다, 남편이 얼마나 가족과 함께 있고 싶어 하는지.

잠든 아이 곁에 누워 있다가 남편이 들어오는 소리에 일어났다. 현관에 들어선 남편은 아주 지친 얼굴로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성실히 해 왔다. 아이를 위해, 가족을 위해.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끌어안는다.

|김혜인. 중견 교사이자 초보 엄마. 느린 아이와 느긋하게 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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