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 현상’으로 기업들에 경영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그룹 총수들이 해외 현장과 고객사들을 직접 만나며 분주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국내 재계 총수들은 이달 해외 출장길에 올라 현지 사업을 점검하고 고객사 협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우선 이재용 회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독일에서 ASML 극자외선(EUV) 장비에 탑재되는 광학 시스템을 독점 공급하는 자이스(ZEISS) 칼 람프레히트 CEO 등 경영진과 회동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5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같은 해 12월 피터 베닝크 ASML CEO와 회동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 글로벌 IT 기업들과 연이어 만나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고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 초격차 기술을 다투는 SK그룹에서도 최태원 회장이 직접 나섰다. 최 회장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만나 협력 확대를 약속했다. 이번 회동에서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SK텔레콤의 AI 사업 관련 협업을 논의한 것으로 추측된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가 만드는 AI칩에 HBM을 공급하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지난 23일(현지시간) 인도 하리아나주 구르가온시에 위치한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을 방문해 인도 시장에 대한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인도의 전략적 중요성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는 가운데 현지 미래 성장전략을 점검하고, 다양한 사업적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행보다.
정 회장은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인도를 글로벌 수출 허브로 육성할 것”이라면서 “인도 시장에서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기반 배·전·반(배터리·전기차·반도체) 사업을 확장 중인 구자은 LS그룹 회장도 최근 독일에서 열린 ‘하노버 메세 2024’ 현장을 찾아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지멘스, 슈나이더 등 글로벌 기업 부스를 방문해 에너지 산업 분야 선진 기술을 직접 체험했다. 이번 구 회장 행보는 AI 시대에 대비해 자생력을 갖추고 그룹의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기 위함이다.
총수들의 적극적인 해외 현장경영 행보에 계열사 CEO들도 분주한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조주완 LG전자 대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등은 다음 달 14일부터 사흘간 미국 MS 본사에서 열리는 ‘MS CEO 서밋 2024’에 참석한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도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MS CEO 서밋은 MS가 업계 최고 전문가를 초청해 경제 동향과 기술 혁신 전망 등을 논의하는 자리로, 이들은 행사 기간에 사티아 나델라 MS CEO와 만나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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