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에 필요한 비용을 1조6000억원 넘게 쌓았음에도 올해 1분기 5조원에 육박하는 당기순이익을 냈다. 홍콩 H지수 ELS 배상 이슈가 없었다면 6조5000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실적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의 1분기 순이익은 총 4조8803억원이다. 지난해 1분기(5조8597억원)와 비교해 16.7% 감소했다.
KB금융의 1분기 순이익은 1조491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5087억원) 대비 30.5% 줄었다. 2020년(7295억원) 이후 최저치다. 신한금융의 1분기 순이익은 1조3215억원으로 4.8% 소폭 줄었다. 하나금융이 전년 동기 대비 6.2% 줄어든 1조340억원의 순이익을 냈으며, 우리금융은 8245억원으로 9.8%, 농협금융은 6512억원으로 31.2% 각각 순이익이 줄었다.
고금리 기조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해 온 금융지주의 실적이 급감한 것은 주요 계열사인 은행의 순이익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홍콩 H지수 ELS 손실 배상 비용을 충당부채(손실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빚으로 간주하는 것)로 인식해 그만큼 순이익이 줄었다. KB국민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3895억원으로 전년 동기(9315억원)보다 58.2% 감소했다.
홍콩 H지수 ELS 배상 비용은 국민은행이 862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국민은행의 홍콩 H지수 ELS 판매 금액은 8조1972억원으로 은행권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국민은행은 홍콩 H지수 ELS 평균 배상 비율을 30%대로 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홍콩 H지수 ELS 배상 비용은 NH농협은행(3416억원), 신한은행(2740억원), 하나은행(1799억원), 우리은행(75억원) 순이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손도 실적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급등하며 하나금융은 1분기에만 환차손이 813억원 발생했다. 금융지주는 외화 사채, 대출, 통화 파생상품 등을 보유하고 있는데, 환율이 오르면 원화로 환산했을 때 지급해야 할 금액이 더 크게 잡혀 손실로 인식된다. 보통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금융지주사들은 약 200억원가량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적 부진에도 배당 등 주주 환원은 오히려 확대했다. 벌어들인 돈의 일부를 주주들에게 나누는 배당은 통상 실적이 감소하면 줄어든다. 주주들이 실적 감소의 원인이 된 홍콩 H지수 ELS 배상과 관련해 배임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주주 환원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KB금융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연초에 미리 연간 배당 총액을 정한 뒤, 분기마다 똑같이 현금배당을 하는 ‘분기 균등 배당’을 도입하기로 했다. KB금융은 올해 현금배당 총액을 1조2000억원(분기당 3000억원)으로 결정하고, 1분기 1주당 784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연간 기준 3136원이 배당금으로 지급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연간 배당금은 3060원이었다.
신한금융은 주당 배당금을 지난해 1분기 525원에서 540원으로 2.9% 올렸다. 지난해 2분기 분기 배당금을 처음 도입한 우리금융은 주당 180원의 배당을 결의했다. 하나금융의 1분기 주당 배당금은 600원으로 지난해와 같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홍콩 H지수 ELS 배상으로 배임 이슈가 불거질 우려가 있는 만큼 주주들의 불만을 달랠 수 있도록 배당 등을 축소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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