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이 화두다. 최근 저출산ㆍ고령화 등으로 인해 돌봄 개념이 대두하면서 관련 서적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아빠들의 육아 생활이 담긴 에세이가 눈길을 끈다. 남성 육아휴직 제도가 조금씩 확장하면서 남성들의 관점에서 본 육아가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26일 서점ㆍ출판계에 따르면, 2023년 ‘돌봄’ 키워드 도서 출간 종수는 63종으로 전년 56종 대비 12.5% 늘어났다. 올해도 이달 21일까지 총 27종의 신간이 출간됐다. 연간 판매량은 2022년 감소세를 띠다가 2023년 34.0%로 반등한 후 올해까지 상승세가 지속하고 있다.
돌봄 키워드로 출간한 책들을 살펴보면, 주로 저출산ㆍ고령화와 접점이 있는 서적들이 많았다. 이와 함께 비혼주의ㆍ개인주의ㆍ1인 가구 문화가 확산하면서 자신을 잘 돌보는 방법을 담은 책들도 출간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남성들의 육아 경험이 담긴 에세이가 출판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다. 기성 세대와 달리 젊은 세대는 육아 등 가사 노동을 여성에게만 돌리지 않는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3년 가족실태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자녀 돌봄 분담에서 직전 조사 대비 ‘남편과 아내가 똑같이’ 하는 비율이 증가했다. 반면 ‘아내(대체로 아내가+주로 아내가)’가 하는 비율은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또 연령이 낮을수록 ‘남편과 아내가 똑같이’ 가사를 수행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연령층이 낮을수록 가사를 평등하게 분담하는 양상을 보인 셈이다.
‘그럼에도 육아’의 저자이자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정지우 작가는 아이가 태어난 후 긍정적으로 변화한 일상을 섬세한 문체로 이야기한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육아란 엄마의 몫, 여성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제 거의 없는 것 같다”라며 “주말에 공원에 나가면 아빠와 함께 온 아이들이 더 많다”라고 전했다.
또 “아무래도 아들은 거칠게 노는 걸 좋아하니까 아빠로서 함께 축구를 하는 등 활동적인 놀이를 할 때 아이가 좋아하는 것 같다”라며 “내가 어렸을 때 (아빠와의 놀이 등) 그런 경험이 별로 없어서 아들에게 더 해주고 싶은 것도 있다”고 말했다.
육아를 하면서 자기만의 시간이 없어진다고 토로하는 부모들이 많다. 하지만 정 작가에겐 육아의 모든 순간이 소중한 글쓰기 재료이기도 했다. 그는 “글 쓰는 사람은 인생의 낭비가 없는 것 같다”라며 “육아는 인생의 낭비가 아니라 새로운 글감이자 소재”라고 말했다.
엄마는 확실히 자녀를 감성적으로 양육하고 보호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아빠는 자녀를 신체적으로 양육하고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길러주려는 경향이 강하다.
‘육아휴직 쓰고 제주로 왔습니다’의 저자이자 대한민국 육군 소령으로 근무 중인 이희성 작가는 아빠와 엄마의 육아 차이점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요즘엔 남녀의 성역할을 명확하게 구분 짓지 않는 추세”라면서도 “내가 아빠 육아휴직자였기 때문에 엄마가 엄두도 못 냈던 여러 활동을 휴직 기간 했던 것이 개인적으로도 참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이희성 작가는 삶 자체에 집중하는 법, 양육 자체를 즐겁게 대할 수 있는 법을 육아휴직을 통해 배웠다. 또 육아는 일방적으로 아이를 가르치는 게 아닌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다.
그는 “아이와 대화를 나누고 양육하다 보면 나 역시 부쩍 성장하기 때문에 참으로 즐겁다”라며 “나와는 다른 존재를 위탁하여 양육한다는 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창조적이면서 도전적이고 숭고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상에 아빠 역할을 하는 남자 어른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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