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마이크론이 미국 정부의 대규모 투자 보조금 지급 결정을 발표하며 현지에서 유일한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로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인공지능(AI) 등 산업에 필수인 첨단 메모리 공급망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업의 해외 공장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마이크론은 25일(현지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정부와 61억 달러(약 8조4천억 원) 상당의 시설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제공되는 해당 보조금은 마이크론의 미국 내 첨단 메모리반도체 생산 증설에 활용된다. 투자 규모는 2030년까지 500억 달러(약 68조7천억 원)에 이른다.
앞으로 20여 년 동안 마이크론 뉴욕 반도체공장에 투자되는 금액은 기존에 계획됐던 1천억 달러에서 1250억 달러(약 171조8천억 원)로 늘었다.
마이크론은 자사가 “미국에 기반을 둔 유일한 메모리반도체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중장기 관점에서 메모리반도체 공급 증가에 힘을 실을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뉴욕주는 마이크론 공장에 미국 정부 지원금과 별도로 55억 달러 규모의 인센티브도 책정했다. 마이크론은 이를 통해 미국에서 생산하는 메모리의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의 이번 발표는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업체가 아닌 메모리반도체 제조사에도 상당한 규모의 투자 보조금이 지급되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삼성전자와 TSMC, 인텔은 모두 미국에 첨단 미세공정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하기로 하며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각각 9조 원 이상의 지원금을 받았다.
마이크론이 이와 맞먹는 규모의 보조금을 수령하며 메모리반도체 공급망을 미국 내에 확보하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의지가 뚜렷하게 반영된 셈이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첨단 메모리반도체는 모든 첨단 기술의 기반이 된다”며 “미국이 거의 20년 만에 이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다시 확보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경제와 국가 안보를 지키고 인공지능(AI) 기술 리더십을 지키려면 첨단 메모리반도체 공급망을 내재화하는 일이 필수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마이크론에 정부 보조금 지급을 두고 “미국이 더 이상 (반도체 확보를 위해) 줄을 서야 하는 취약한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이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 1, 2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의존을 낮추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은 인공지능과 군사무기 등 핵심 분야에 활용되는 고성능 반도체 공급망을 아시아 국가에 의존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목적을 두고 추진됐다.
따라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첨단 미세공정 파운드리 생산 설비를 미국에 구축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적극적인 지원이 시행돼 왔다.
그러나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 반도체의 중요성이 높아지며 이러한 제품에 시스템반도체와 함께 쓰이는 HBM 등 메모리반도체의 공급망 확보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게 됐다.
마이크론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앞서 미국에 공격적인 메모리 설비 투자 계획을 내놓으면서 대규모 보조금을 선점하게 된 셈이다.
향후 마이크론이 예정대로 미국 내 공장에서 인공지능 반도체와 고성능 컴퓨터 등에 필요한 첨단 반도체 대량 생산을 시작한다면 한국 반도체기업과 본격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할 공산이 크다.
미국 정부에서 제공하는 투자 보조금과 세금 감면 혜택 등이 반영된다면 가격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또한 미국 주요 고객사들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해 반도체 수급처를 다변화하고 미국 정부의 자체 공급망 육성 기조에 맞춰가는 과정에서 마이크론 제품을 선호하게 될 수도 있다.
마이크론은 “미국에서 첨단 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은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며 점유율을 꾸준히 높여가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메모리반도체 특성상 일반 소비재와 유사하게 수요 부진에 따른 가격 하락 등 사례를 겪는 사례가 많아 미국 투자 확대가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았다.
마이크론이 정부 지원금을 바탕으로 무리하게 생산 설비 투자를 늘린다면 공급 과잉을 주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모든 메모리 제조사의 수익성에 타격으로 돌아올 공산도 크다. 김용원 기자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