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대출을 경쟁력으로 내세운 인터넷전문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최근 시중은행 금리를 역전하면서 예비 차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인터넷은행은 그간 비대면이라는 장점을 내세워 경쟁력 있는 금리를 제공해 왔는데 왜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졌을까.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고정금리형(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이날 현재 연 3.883~5.744%로 책정됐다. 전달보다 0.177%포인트 오른 수치다. 케이뱅크는 연 4.01~6.01%로, 지난달에 이어 주담대 최저 금리를 연 4%대로 유지하고 있다. 하단 3%대, 상단 5%대의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 수준이다.
최근 인터넷은행 금리는 주요 시중은행보다 높은 수준으로 책정되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상품 금리는 이날 연 3.46~5.884%로 집계됐다. 인터넷은행보다 최저 금리가 0.42%포인트 낮았다.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인터넷은행이 일부 시중은행보다 높게 책정됐다. 케이뱅크의 고정금리 전세대출 최저 금리는 연 3.95%로 국민은행 3.38%, 신한은행 3.86%를 넘어섰다.
인터넷은행은 오프라인 점포를 운영하지 않아 운영비를 아낄 수 있는 만큼 그간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공급할 수 있었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따른 인상분 외에 인건비와 점포 운영비 등의 조달 비용을 반영한 가산금리를 조정해 결정된다.
올해 1월까지는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평균 금리는 3%대로 5대 시중은행 평균 금리(4%대)에 비해 낮았다. 그러나 올 초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시작되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플랫폼을 통해 대출을 갈아타는 시스템으로, 기존 대출보다 더 낮은 이자 조건의 대출로 간편하게 바꿀 수 있다.
지난 1월 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가 시작되자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인터넷은행에 차주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월 비대면 갈아타기 서비스를 통해 카카오뱅크에만 9151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케이뱅크도 3919억원으로 시중은행 전체 유입 액수인 3212억원을 웃돌았다.
위기감을 감지한 시중은행은 금리를 추가 인하하는 방식으로 ‘맞불 작전’을 놓기 시작했다. 그 여파로 인터넷은행의 금리가 더 높아지는 현상이 1~2월 나타났다. 은행권 관계자는 “연초 대환대출로 인터넷은행에 갈아타기 수요가 몰려 시중은행이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금리를 낮춰 대응했다”며 “여기에 최근 대출총액 관리 조정이 되며 인터넷은행 금리가 자주 역전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규모 확대도 역전 현상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으로 은행을 지목하면서 인터넷은행 역시 대출 금리 조정에 나선 것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5대 금융지주와 3대 인터넷은행 재무 담당 임원들과 가계 대출 회의를 열고 금리 인상을 통한 대출 관리를 주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특히 인터넷 은행의 주담대 증가세에 주목했다. 실제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해 11조원 넘게 늘어 증가율 70%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가 훨씬 큰 4대 시중은행 주담대 잔액이 3%가량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인터넷은행은 폭발적인 주담대 증가세를 보인 셈이다.
이에 당국도 지난해 9월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공격적인 주담대를 지목한 바 있다. 인터넷 은행 관계자는 “요즘 은행채 5년물 금리가 약 3주 만에 0.1% 이상 오르면서 주담대 금리 자체가 오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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