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 당의 4·10 총선의 공천을 돌이켜보면 더불어민주당이 ‘비명횡사·친명횡재’ 논란 극심한 내홍에 시달린 반면 국민의힘은 비교적 조용히 공천을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으로 지역을 관리해온 김성태·김현아 전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한 뒤 당 지도부를 공개 저격하며 강력히 반발했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입장을 번복하고 여당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3선의 이채익 의원도 컷오프를 계기로 무소속 출마를 시사했지만 결국 “죄송하다”며 불출마를 결정했다.
그에 반해 민주당은 잡음의 연속이었다. 공천에서 컷오프된 설훈·홍익표·박영순·이수진(동작을) 의원 등이 연쇄 탈당을 했고, 일부 인사들은 신당 창당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또 문재인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내고 야당 측 현역 국회 부의장인 김영주 의원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하는 이례적 장면도 연출됐다.
|
통상 집권 여당의 공천은 야당에 비해 갈등이 적은 편이다. 정치권 인사들은 그 비결은 ‘여당 프리미엄’이라고 입을 모은다. 야당은 현역 의원에게 험지 출마를 회유하거나 낙천자들 물밑 설득할 카드가 없지만 여당은 상황이 다르다. 행정권의 힘을 빌릴 수 있는 여당은 공공기관, 부처 자리로 이해관계를 조정해 후보자의 반발을 원천 차단할 여력이 있다. 후보 입장에서도 공천 불복, 무소속 출마 등 승산이 불투명한 도전을 감행하기보다 공공기관장 등으로 자리를 보전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
실제 여당의 낙선·낙천자들에게 공직 자리를 보전해 주는 관행은 매 정권 반복됐다. 2020년 총선에서 경기 이천에서 낙선한 김용진 전 기획재정부 2차관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됐고, 공천에서 탈락한 임해종 전 기재부 공공정책국장은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으로 발탁됐다.
청와대와 정부 요직으로도 옮겨간 사례도 적지 않다. 4년 전 총선에서 서울 강남을에서 고배를 마신 전현희 전 의원은 낙선 두 달 뒤 국민권익위원장(장관급)으로 갔고, 최재성 전 의원과 배재정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도 낙선 뒤 각각 청와대 정무수석, 정무비서관으로 등용됐다.
|
이 같은 ‘보은 인사’는 이번에도 되풀이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22대 국회 입성하지 못한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을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원팀’ 기조를 강조하며 ‘정부 성공을 위해 헌신할 기회를 알아보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간담회 참석 뒤 MBC와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남은 3년 정부 임기 동안 원외에서 각자 역할을 찾아서 도와주시길 바란다”, “대통령 입장에서 정부 성공을 위해서 (여러분들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찾아보겠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
총선 참패로 금배지 사수에 실패한 여당 인사가 어느 때보다 많은 가운데 임기 종료를 앞뒀거나, 임기 만료에도 후임 인선을 미루는 공공기관장 자리도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경제신문이 8개 주요 경제 부처(공정거래위원회·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농림축산식품부·보건복지부·산업통상자원부·해양수산부·환경부)의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알리오)을 분석한 결과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 142곳 중 65곳(45.8%) 수장의 임기가 연내 종료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임기가 끝났지만 후임 인사를 선임하지 못한 기관도 22곳에 달했다.
공기업을 비롯한 공공기관이 실적 악화로 경영 부실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전문성이 없는 정치권 인사를 기용할 경우 경쟁력을 깎아 먹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지만, 21대 국회 끝나는 6월 이후 보은성 인사가 어김없이 단행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