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일 년 가까이 질주 중이다. 지난해 5월 넷째 주 시작된 상승세는 25일 기준으로 49주 연속 올랐다. 전셋값이 계속 오르고 있지만, 서울 전세 물건은 일 년 동안 되려 1만 건가량 줄어 3만 건 수준을 기록하는 등 수요가 끊이지 않는다. 전문가는 서울 아파트 전셋값 강세가 연말은 물론,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2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7% 상승해 49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 넷째 주 0.01% 상승을 시작으로 서울 전셋값은 매주 올랐다. 이에 올해 누적 전셋값 상승률은 1.15%로 매맷값 누적 변동률(-0.24%)을 크게 앞질렀다.
서울은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 등 핵심지는 물론 강북 외곽지역에서도 최근 일 년간 전셋값이 급등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은평구 ‘백련산해모로’ 전용면적 59㎡형은 지난해 4월 5억 원에 전세 계약서를 썼다. 하지만 올해 3월에는 같은 평형이 6억3000만 원에 실거래돼 11개월 만에 1억3000만 원 상승했다. 이날 기준으로 같은 평형에 등록된 전세 물건도 없어 임대인이 부르는 시세가 곧 실거래가로 연결될 상황이다.
또 강북구에선 3830가구 규모 ‘SK북한산시티’ 전용 59㎡형 역시 지난해 4월 1층이 4억8400만 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달 10일에는 2층이 5억5000만 원에 전세 계약서를 새로 썼다. 일 년 만에 전세 보증금이 6600만 원 오른 것이다.
소형평형 전셋값 강세와 관련해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빌라 등 비아파트 수요자까지 최근 깡통전세 사태 등으로 아파트 전세 시장의 문을 두드리면서 아파트 전셋값을 밀어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내 핵심지에선 고가ㆍ대형 평형 전세 거래도 이어지고 있다. 용산구 ‘나인원한남’ 전용 206㎡형은 이달 7일 65억5000만 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직전 신고가 70억 원(지난해 10월)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지난해 2월과 4월 각각 55억6000만 원과 56억 원에 전세 계약한 것과 비교하면 10억 원 가량 오른 수준이다.
이렇듯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일 년 내내 우상향 중이지만 매물은 되려 줄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파트실거래가’ 집계 기준 이날 서울 전세물건은 3만510건으로 일 년 전 4만906건 대비 25.5%(1만396건)가량 줄었다. 가격이 오르면 매물이 쌓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지속적인 전세수요 유입에 전세 물건 감소세가 더 뚜렷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내년 이후 서울 내 아파트 입주 물량 급감도 전셋값 상승세의 연료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R114 통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 입주 물량은 1만1754가구, 내년 3만5835가구, 2026년 3255가구 수준이다. 서울은 연간 2만 가구 규모의 입주 물량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데 2020~2023년은 평균 3만5150가구가 공급됐지만, 올해와 내년에는 평균 2만3795가구가 공급돼 공급량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 아파트 전셋값 강세는 찾는 사람은 많지만,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전셋값이 일 년 가까이 올랐지만, 그동안 전셋값이 많이 떨어졌다가 상승하는 상황이다. 전세가율도 50%를 조금 넘는 수준이므로 지금 같은 분위기에선 적어도 연말까지 서울 전셋값이 오를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전세수요 증가와 공급 감소의 원인은 임대차 3법의 시장 안착과 정부의 역전세 대책 등의 정책 영향과 함께 시장 내 부족한 신규 입주 물량이 더해졌기 때문”이라며 “특히, 임대차 시장은 입주 물량에 민감한데 올해와 내년 물량이 많지 않아 내년까지 전셋값 오름세는 확정적”이라고 말했다.
윤 팀장은 이어서 “서울은 연간 공급량 2~3만 가구 수준으로는 부족하고,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도 1만2000가구 규모지만, 조합원 물량이 많아 실제로 시장에 풀리는 물량은 적다”며 “전세나 월세가 하락하려면 임대차 3법 같은 제도 측면의 충격이나 공급 충격이 필요한데 이런 변수가 생길 가능성은 앞으로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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