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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즘’에 놀란 장인화號, 배터리 투자 늦추고 부진 사업 구조조정

데일리안 조회수  

양극재, 리튬, 니켈 투자 1~2년 연기…음극재 투자 축소

철강 노후설비도 운영 여부 재검토…가공비‧원료 경쟁력 확보 통해 1조 절감

회사 성장‧경쟁력 기여 못하는 일부 사업 구조조정도 검토

장인화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후보. ⓒ데일리안 박진희 그래픽디자이너 장인화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후보. ⓒ데일리안 박진희 그래픽디자이너

신사업 투자에 적극적이었던 포스코그룹이 장인화 회장 체제 출범을 계기로 일부 사업 투자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철강 산업 장기불황과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정체기)으로 사업의 양대 축이 모두 흔들리는 상황에서 고객사 수요와 계열사 실적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투자 규모를 조정키로 한 것이다.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전략기획총괄 사장은 25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그룹 핵심인 철강과 이차전지(배터리) 소재 양대 사업에 자원과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면서도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를 반영해서 일부 사업의 투자 시점은 합리적으로 순연을 하고 고수익 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로 집중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전기차 보급 둔화와 원재료인 폐배터리의 수급 상황을 감안해 리사이클링의 해외 투자 중 일부는 순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컨퍼런스콜은 1분기 실적보다는 투자계획을 중심으로 한 새 경영진의 사업전략 방향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연결 투자계획으로 10조8000억원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투자 실적인 8조6000억원에 비해서는 2조2000억원 증가했지만, 지난해 투자 계획(11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다소 줄어든 액수다.

특히 지난해 투자 계획 대비 집행률이 76%에 불과해 일부 투자가 올해로 이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태세 전환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분야별 투자액을 살펴보면, 철강에 41%에 해당하는 4조5000억원을 배정해 철강 자회사 포스코의 탄소중립에 대비한 전기로 투자, 고급제품 전환, 광양 4고로 개수 등에 사용키로 했다.

이차전지 소재에는 전체 투자액의 43%에 해당하는 4조6000억원을 배정했다. 양극재에 중점적으로 투자하고 리튬, 니켈 순으로 투자 우선순위를 정했다.

그밖에 포스코인터내셔널의 LNG 해외투자 등 인프라 분야에 23%, 신기술 등 경상투자에 3%씩 투자액을 배분한다고 설명했다.

포스코홀딩스 이차전지 소재 부문 투자 조정 내역(2023년 7월 밸류데이 대비 2024년 4월 현재).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홀딩스 이차전지 소재 부문 투자 조정 내역(2023년 7월 밸류데이 대비 2024년 4월 현재). ⓒ포스코홀딩스

중장기적으로도 이차전지 소재 사업은 최정우 회장 체제였던 지난해 7월 포스코 밸류데이 발표 당시보다 투자가 미뤄지거나 축소된다.

리튬의 경우 당초 2026년까지 집행 예정이었던 광석리튬 6만t, 리사이클링 1만t 규모 투자를 모두 2027년 이후로 미뤘다. 니켈도 2026년까지 예정됐던 리사이클링 1만t 투자를 2027년 이후로 미뤘고, 정제물량 1만5000t 투자는 아예 재검토하기로 했다.

양극재 역시 당초 계획에 2026년까지로 잡혀 있었던 국내 1만t, 해외 4만t 규모 투자를 미루기로 했다. 국내 추자의 경우 2028년으로 순연하고, 해외 투자는 일부 물량은 재검토하되 일부 물량에 대해서만 2027년으로 투자 시기를 조정한다.


음극재 물량은 천연흑연 8만t과 인조흑연 2만t 투자를 전면 재검토한다. 실리콘음극재 7만t 투자는 2026년에서 2027년까지로 순연한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이차전지 소재 사업 투자는 계획 대비 시공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각 사업 수익률이 떨어질 것에 대비해 기존 수립돼 있던 투자도 전면적으로 점검해 올해 투자비도 당초 계획 대비 일부 축소해 수익에 대응하는 정도로 조정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기차와 배터리 업체들의 투자 속도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 뿐 아니라 배터리사 등 우리 고객사들이 투자를 미루는 상황”이라며 “우리도 어느 정도는 같이 동반해서 생산 케파를 조정하는 게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음극재의 경우 투자를 일부 조정했는데, 천연흑연은 아직 중국에 대비해 원가 격쟁력이 열위에 있다고 판단했고, 국내에 중간 공정이 구축이 안됐기 때문에 고객사 수요에 맞게 물량을 축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홀딩스 이차전지 소재 사업 공사 진도율.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홀딩스 이차전지 소재 사업 공사 진도율.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홀딩스는 이날 1조원 이상의 원가 절감 계획도 밝혔다. 가공비 절감과 원료 경쟁력 확보, 철강 설비 구조조정 등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한다.

먼저 가공비와 관련해 포스코홀딩스는 “극단적으로 절감할 계획”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설비를 최초 도입할 당시 성능을 구현해서 제철소 생산량을 극대화히키고 중기적으로는 AI(인공지능)이나 로봇을 활용한 제철소 공정 자동화로 생산성을 극대화시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원가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원료비도 혁신해 원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현재 국내에서 고가로 구매 중인 원료를 저비용 국가로 전환하고, 제품 가격과 원료 시장의 연계성을 강화해서 최적의 원료 가격 적용 기관을 운영할 계획이며, 중기적으로는 원료 관련 지분 투자를 통해 구매의 안정성과 경제성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포항과 광양 제철소의 설비 마스터 플랜도 수립, 실행한다. 회사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노후화되고 경쟁력이 약화된 설비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 대상 설비와 운영 여부를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단기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을 할 예정”이라며 “중기적으로는 탄소 중립 이행과 수소 사업의 여건 변화를 연계해 국내 설비를 최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도출해 실행토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실적이 부진한 일부 사업에 대해서도 구조조정을 검토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인프라 쪽은 각 사업들이 강점이 있는 사업들은 계획대로 추진을 하겠지만 일부 회사의 새로운 전략과 연계가 약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다소 변화가 있지 않겠나 판단하고 있다”면서 “회사 성장이나 경쟁력에 기여하고 있지 못한 일부 사업들에 대해서는 전반적인 점검을 통해서 구조조정을 해가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그룹 신 경영비전 '미래를 여는 소재, 초일류를 위한 혁신'. ⓒ포스코홀디스 포스코그룹 신 경영비전 ‘미래를 여는 소재, 초일류를 위한 혁신’. ⓒ포스코홀디스

포스코홀딩스는 다만, 이같은 투자계획 조정이나 원가절감이 ‘후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철강의 경우 글로벌 경기부진 속에서도 본원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체질 개선 노력을 지속하고, 이차전지소재는 전기차 업황조정기를 우량 자원 확보와 혁신기술 선점 및 합리적 투자결정 기회로 활용해 업황 회복기를 맞았을 때 사업성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정기섭 사장은 “그룹 핵심인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 양대 사업에 자원과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철강사업은 초격차 제조 및 원가 경쟁력 확보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서는 미래성장 가치가 높은 우량 자산에 대한 적극적 투자를 통한 경쟁력 있는 풀 밸류체인 완성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 대해 “포스코그룹은 전기차 업황 조정기가 오히려 이차전지 소재 사업의 본원 경쟁력을 쟁취하고 혁신 기술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최근 리튬 등의 자원 가격이 충분히 하락했고, 지금 우량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성장성과 수익성의 기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또 “전고체 소재 등 미래 시장을 선점하고, 리튬, 메탈, 리사이클링 등 R&D 기반의 혁신 공정을 개발하고 고객과 협력을 강화해서 차세대 소재 조기 상업화에 주력하는 한편, 업황 조정기를 활용해 우량기업 M&A 등 확장 방식도 다변화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포스코홀딩스는 이날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8조520억원, 영업이익 5830억원, 순이익 619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9%, 영업이익은 17.3% 각각 감소했다. 전분기에 비해서는 매출이 3.3%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91.8% 증가했다.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증가한 배경에 대해 회사측은 “철강과 인프라부문은 경기침체 지속으로 전분기와 비슷한 영업이익 수준을 유지한 반면, 이차전지(배터리)소재부문에서 지난 분기 재고평가 환입효과가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데일리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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