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불법 공매도를 차단한 전산시스템 초안을 공개했다. 골자는 주문 전과 후, 2차례에 걸쳐 빌리지 않은 주식을 매도하진 않았는지 검증하는 것이다. 이같은 시스템을 도입하는 건 우리나라가 최초다.
이번 시스템이 도입되면 주문 전엔 공매도 잔고를 보고하는 모든 기관투자자는 무차입 공매도 여부를 전산을 통해 자체 확인해야 한다. 이들이 주문을 낸 후엔 불법 공매도 중앙 차단 시스템(NSDS)이 모든 주문을 재검증한다.
2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제2차 개인 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회’를 열고 “불법 공매도가 그간 국내 투자자의 시장 신뢰를 저해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날 불법 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 초안을 공개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한국거래소와 전산시스템 마련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한 지 5개월 만이다. 금감원은 시스템을 설계하면서 공매도 잔고 보고를 하는 모든 기관 투자자의 모든 주문 처리 과정을 전산화하는 데에 집중했다.
이 원장은 “(이번 금감원의) 불법 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 구축을 계기로 더 이상 (공매도와 관련해) 소모적인 논쟁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크게 2가지로, 첫 번째는 기관투자자의 자체 잔고관리 시스템이다. 기관투자자가 자체적으로 매도 가능한 잔고를 전산 관리하는 내부 시스템을 구축해 무차입 공매도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현재도 일부 기관투자자가 자체적으로 잔고 관리를 하고 있긴 하지만, 말 그대로 몇몇 기관투자자만 갖추고 있고 구축했더라도 시스템에 오류가 있었다. 이번 안은 전체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확대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기관투자자는 전일 잔고와 당일 실시간 매매에 따른 잔고를 산정해야 한다. 매도할 수량이 부족하면 대차전담부서로부터 차입을 해와야 한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은 대차전담부서를 대부분 갖고 있다.
차입을 확정했다면 이를 실시간 잔고에 반영해야 한다. 기관투자자의 주문을 받는 국내 수탁증권사는 정기적으로 점검해 시스템 적정성이 확인된 기관 투자자에 한해 공매도 주문을 받는다. 여기서 기관투자자의 시스템 적정성을 확인할 주체는 국내 수탁증권사다.
두 번째는 NSDS다. NSDS는 (Naked Short Selling Detecting System)의 약칭으로 기관투자자의 잔고와 변동 내역, 매매 거래를 집계하는 시스템으로 첫 번째 언급한 기관투자자의 자체 잔고관리시스템이 연결된다. 이로써 특정 기관투자자의 매도가능잔고를 확인할 수 있다. NSDS는 이 외에도 기관투자자가 장내나 장외에서 빌린 물량도 집계한다.
이 시스템은 한국거래소에 구축되는데, 기관투자자별로 모든 매도 주문을 주문 당시 매도가능잔고와 항상 대조한다. 이런 구조 덕에 무차입 공매도를 자동으로 탐지할 수 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과거 금감원의 공매도 조사는 투자자로부터 자료를 받아 무차입 여부에 해당하는지 조사했지만, NSDS가 도입되면 잔고 초과 매도 주문은 결제 직후 무차입 여부가 자동으로 판별된다. 다만 이날 공개된 시스템 구조는 초안일 뿐 업계와 시장의 의견을 듣고 수정될 여지는 열려 있다.
금감원은 “다음 달 해외 IB 의견을 홍콩 현지에서 직접 청취하고 공매도를 주제로 한 열린 토론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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