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형지그룹이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 겸 아티스트인 ‘장 샤를 드 까스텔바작(Jean Charles de Castelbajac)’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골프웨어 까스텔바작 전개를 위해 글로벌 상표권을 보유한 본사를 사들였는데, 디자이너 본인이 이후 수년째 소송전을 이어가며 딴지를 걸고 있어서다. 이어지는 소송 탓에 패션그룹형지의 까스텔바작 해외 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골칫덩이 된 까스텔바작
패션형지그룹의 계열사 PMJC는 지난해 디자이너 까스텔바작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및 브랜드 취소소송의 1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소송가액은 손해배상 296만4000유로, 브랜드 취소소송 1만 유로다. 현재 환율 기준으로 한화 약 43억원에 달한다. 이 중 손해배상 청구의 경우 중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PMJC는 패션그룹형지의 골프웨어 브랜드인 ‘까스텔바작’의 글로벌 본사다. 패션 디자이너 겸 아티스트인 까스텔바작은 1996년 자신의 이름을 건 회사를 설립한 후 동명의 패션 브랜드를 선보였다. 이 회사를 PMJC가 2012년 인수하면서 까스텔바작의 상표권을 소유하게 됐다. 패션그룹형지는 PMJC를 2016년 인수했다.
문제는 이후 디자이너 까스텔바작이 PMJC에 지속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PMJC와 까스텔바작은 까스텔바작이 개인적으로 창작한 일부 작품에 대해 까스텔바작의 독점권을 인정하는 내용의 계약을 했다. 또 브랜드 이미지와 제품이 적절해야 한다는 조항도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PMJC가 무단으로 까스텔바작의 작품을 모방한 디자인을 활용하며 자신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 까스텔바작의 주장이다.
패션그룹형지가 PMJC를 인수한 이후 까스텔바작이 제기한 크고 작은 소송은 10여 건에 달한다. 대표적인 사건은 PMJC가 화장품 기업 ‘록시땅’과 2018년 크리스마스 제품을 출시하면서 까스텔바작의 디자인을 도용했다는 소송이다.
당시 PMJC와 록시땅은 제품에 천사, 원색 등의 요소를 사용한 디자인을 입혔다. 까스텔바작은 이 요소들이 자신의 고유한 것이라며, PMJC와 록시땅이 자신의 인격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PMJC는 이런 요소들이 일반적인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1심을 맡은 파리사법재판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PMJC와 록시땅 등 피고인은 2021년 피해 보상 등을 위해 16만유로를 지급하라는 1심 판결을 받았다. PMJC가 항소하면서 이 소송은 지난해 2심에 들어간 상황이다. PMJC는 이외에도 초콜릿 회사와의 협업 디자인에 대한 저작권 침해 소송, 영업 방해 소송 등에서 계속 패소 중이다.
브랜드 몰수 가능성
까스텔바작은 지난해 아예 브랜드를 철회해달라는 내용의 브랜드 취소소송까지 나섰다. PMJC가 자신의 이름이 담긴 상표권을 기만적으로 사용하고 있어 상표권을 몰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PMJC가 2021년 유럽에서 새롭게 출원한 상표권이 문제가 됐다. 당시 PMJC는 까스텔바작의 로고를 기존 디자인에서 원을 제외한 형태로 조금 변경했다. 까스텔바작은 PMJC가 유사한 상표권을 계속 등록하면서 자신의 권리를 침해했으므로 이 브랜드를 몰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프랑스 대법원은 브랜드 몰수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보면서도, 브랜드가 실제로 기만적으로 사용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브랜드 취소소송을 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PMJC가 프랑스에서 연이어 패소하고 있는 만큼 향후 소송 전망도 그렇게 밝지는 않다. 특히 까스텔바작이 앞으로도 PMJC의 사업마다 발목을 잡는다면 패션그룹형지의 글로벌 사업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패션그룹형지는 골프웨어 까스텔바작을 통해 해외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14년 까스텔바작의 국내 상표권을 인수한 데 이어 2015년 범아시아 상표권을 사들이고 2016년 글로벌 본사 PMJC까지 품은 것은 모두 해외 사업을 위해서였다.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의 장남 최준호 부회장이 2021년 까스텔바작 대표이사직을 맡은 것도 해외 시장 진출에 앞서 내실 경영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최 부회장은 그해 9월 미국법인 까스텔바작USA를 설립하고 미국 진출 준비를 시작한 상태다.
다만 패션그룹형지는 연이은 소송전이 큰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패션그룹형지 관계자는 “계약서에 따라 법적 대응을 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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