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출혈은 함께 확대되는데
이자율 상한 탓 수익은 ‘장벽’
금융사에게 고금리는 더 많은 이자를 거둬들일 수 있는 호재란 인식이 최근 은행권과 저축은행업계 사이에서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은행들은 한 해 동안에만 이자 수익이 50조원 넘게 불어나며 확실한 수혜를 누리고 있지만, 저축은행들은 높아진 금리에 따른 출혈만 커지면서 도리어 부진의 늪에 빠진 모습이다.
법적으로 대출 이자율의 상한을 정해둔 마지노선이 사실상 저축은행의 발목만 잡으면서 생긴 역효과로,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는 고금리 터널 속에서 제2금융권의 주름살만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20개 은행들의 이자 수익은 총 154조8517억원으로 전년 대비 48.4%(50조4920억원) 늘었다. 이자 비용도 92조8603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04.8%(47조5209억원) 증가했다.
이같은 수익에서 비용을 뺀 은행권의 이자 손익은 61조9913억원으로 5.0%(2조9711억원) 늘었다. 증가율만 놓고 보면 이자 비용이 더 가파르게 불어난 듯 보이지만, 액수로 따져보면 이자 수익이 더 많이 확대돼서다.
반면 저축은행업계의 사정은 사뭇 달랐다. 국내 79개 저축은행들의 이자 수익은 107조502억원으로 11.3%(1조921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런데 이자 비용이 5조3508억원으로 83.4%(2조4331억원)나 증가했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들의 이자 수익에서 비용을 제외한 손익은 10조7502억원으로 도리어 19.9%(1조3410억원) 줄었다. 속도로 보나 액수로 보나 이자 수익보다 비용이 훨씬 눈에 띄게 불어난 결과다.
은행과 저축은행의 이자 수익 규모가 일제히 커진 건 역시 높아진 금리 덕분이다. 대출 이자로 벌어들이는 그만큼 돈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이자 비용으로 나가는 돈이 늘어난 이유도 이런 금리 흐름과 맞물려 있다. 은행과 저축은행 모두 고객들로부터 받은 예금과 적금이 주요 자금 공급원인데, 이를 유치하기 위해 제공하는 이자율 역시 대출처럼 상승 곡선을 그려 왔다.
그런데 은행권에 비해 저축은행업계의 이자 수익 증가세가 제한됐던 건 연 20%로 묶여 있는 법정 최고금리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1금융권은 상대적으로 우량 차주 고객이 많은 특성 상 대출 이자율이 낮은 편이고, 이로 인해 금리를 높일 여유가 있는 편이다. 반면 저축은행과 같은 2금융권은 지금과 같은 고금리 사이클에 접어들기 전부터 두 자릿수 대의 대출 이자율이 일반적이다 보니, 20%라는 규제 상한 안에서 이를 더 끌어올릴 만한 여지가 없었다.
이런 배경 탓에 높아진 금리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들의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총 555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2022년 당기순이익이 1조5622억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2조원가량 순이익이 줄어든 셈이다. 저축은행 실적이 적자로 돌아선 것은 2014년 이후 9년 만이다.
문제는 금리 인하 타이밍이 점점 미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저축은행들로서는 이자 수익이 한계에 다다른 와중 비용만 늘어나는 악순환이 더 가중될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보다 자금 조달과 운용 구조가 보다 단순한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이자 마진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수밖에 없다”며 “최근처럼 이자율 상한 규제가 실질적 장벽으로 작용하게 되는 고금리 기조 아래서는 손익 측면에서 마땅한 해법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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