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무역수지 11개월만에 적자 전환 우려
유가 급등에 전기·가스요금 인상 가능성↑
중동 확전 가능성 낮지만 당분간 국내 경기 압박
반도체 경기 회복 등에 힘입어 6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한 수출이 중동발 변수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지속되는 데다 14일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중동 정세 불안이 커지면서 유가와 환율이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0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온 무역수지의 적자 전환 우려와 함께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 상승 압박으로 국내 경기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이달 중순 수입 증가에 무역수지 적자…11개월만 적자 전환 우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출은 지난해 대비 8.3% 증가하며 318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기준 수출 24개월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반도체 산업에 힘입어 6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도 10개월 연속 흑자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산업부는 이러한 수출 호조세를 이어가기 위해 반도체, 조선, 제조업 지원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방산·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 수출 확장을 위한 각종 대책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중동 정세가 요동치면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지난 14일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중동 리스크가 커지면서 에너지 가격이 요동치면서 에너지원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환율 급등도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실제로 관세청이 22일 발표한 ‘4월 1~2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수출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11.1% 늘었지만 고유가·고환율에 수입이 6.1% 증가하면서 26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원유 수입액이 43%나 폭등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역별로 봐도 사우디아라비아(41.5%)나 미국(14.9%) 등 국내 주요 원유 수입국에서 수입액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원유·가스·석탄 등 전체 에너지 수입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4.8%나 불어났다. 중동 지역 불안이 고조되면서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치솟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반도체·자동차·석유제품 등의 호조로 이달 20일까지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했다”며 “최근의 중동 사태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가 급등에 전기·가스요금 인상 가능성↑
에너지 수입액 증가에 따라 국내 에너지 요금에 대한 압박도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도시가스 요금은 다음 달 1일자로 공급비 조정 결과를 발표한다. 공급비는 가스공사 등 공급업자의 제조시설·배관 등에 대한 투자·보수 회수액이다. 가스요금은 공급비와 원료비(기준원료비+정산단가)를 더한 것으로 결정된다.
공급비는 산업부의 천연가스 공급비 조정기준 관련 고시에 따라 매년 5월 1일 조정한다. 원료비는 짝수달 중순까지 정산해 제출하면 홀수달 1일자로 조정된다.
이에 따라 산업부가 공급비 조정 시 ‘인상’을 결정하면 정부 내 협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 달부터 도시가스 요금이 오를 수 있다.
가스요금은 지난해 5월 이후 올리지 못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전후 인상한 국제 가스 가격이 반영되지 못해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이 지난해 말 13조7000억원 수준에 달한다.
미수금은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면서 발생한 손해다. 지난해 가스공사 순손실은 연결기준 7474억 원으로 여기에 미수금을 더하면 손실 규모는 더욱 크다.
전기요금도 인상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22년과 지난해 총 5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은 약 40%가 인상됐다.
하지만 한전의 부채는 여전히 202조원에 달하고 있다. 한전은 그동안 한전채 발행 등으로 재정난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현재의 전기요금 수준으로는 경영 정상화가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가 이하로 전기를 팔아온 점을 감안했을때 한전의 재무상태 개선을 위해서는 추가 요금 인상을 통한 ‘전기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동 확전 가능성 낮지만 당분간 국내 경기 압박
다만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공방이 중동 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동 정세에 따라 우리나라 경제에 어려움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며 “실제로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공방으로 국제 유가 상승폭이 확대되고 환율이 급등하면서 경기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이스라엘과 이란 양측 모두 확전을 원하지 않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추가적인 보복이나 중동 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래도 중동 정세가 불안정하면 유가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당분간 우리나라 경기에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특히 중동으로부터의 우리나라와 달리 러시아 등에서 에너지를 수입하는 중국의 경우 영향이 적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이 우리나라보다 강해질 수 있다”며 “해외시장에서의 중국과의 경쟁력 향상 방안 등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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