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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월 총선을 앞두고 억눌러온 에너지요금과 교통요금의 정상화 시점을 최대한 늦출 것으로 전망된다. 망가진 재무구조를 원상복구할 필요성은 알고 있지만 집권여당이 총선에서 참패한 원인 중 하나로 물가 관리 실패가 지목되고 있는 데다, 이들 공공요금 인상이 가뜩이나 튀어오를 조짐의 물가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정책적 판단에서다.
23일 정부 등에 따르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출장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물가 상황이 여러가지로 아직까진 어려워서 공공요금에 대해 보수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공공요금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공공기관의 재무구조, 글로벌 에너지 가격 동향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경제정책방향에서 밝힌대로 상반기까지는 공공요금 동결 기조를 이어가겠지만 하반기부터는 달라질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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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임박한 것은 도시가스 요금을 구성하는 항목 중 하나인 도매 공급비용 인상 여부다. 매년 5월1일이 정례 조정일인데,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도매 공급비용은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천연가스 도매요금심의위원회 심의 및 기획재정부 협의를 거쳐 산업부 장관이 승인하는 구조로 결정된다. 또다른 구성항목인 연료비는 짝수달에 재산정해 홀수달에 움직인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5월 메가줄(MJ)당 1.04원 인상 이후 1년간 가스요금을 동결하고 있다.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지금 원가보상률이 78% 수준이기 때문에 요금 인상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유가, 환율 상승을 감안한다면 민수용 요금을 약 15~20%는 인상해야 다가올 겨울에 미수금이 (추가) 상승하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아직 10% 안팎이니, 15~20% 수준이니 구체적인 인상율이 오가는 단계는 전혀 아니다”면서 “과거 사례를 볼 때 5월1일이라는 데드라인을 반드시 지켜야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5월 중순 발표되는 가스공사 실적까지 들여다보면서 인상 시기와 횟수, 폭을 확정하리라는 관측도 내놓는다. 가스공사는 올 1분기 약 1조 원, 연간 2조 2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외견상 실적은 나아졌겠지만 올해도 사실상 적자인 미수금(받지 못한 돈) 증가세가 지속됐을 개연성이 높다. 가스공사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민수용 미수금은 13조 원에 달한다. 한국지역난방공사의 7월 열요금 정기정산과 연계해 가스·난방비를 일괄 조정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에 가려져 있을 뿐 지역난방공사도 원가 이하로 열을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여름철은 난방 수요가 적는 비수기라 인상에 따른 부담이 덜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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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때이른 무더위로 전기요금 인상 시기는 이미 놓쳤다는 반응도 있다. 2022년 이후 전기요금은 총 6차례에 걸쳐 44.1%나 인상되면서 한전이 전기를 값비싸게 사와 밑지고 파는 일은 사라졌다. 한전은 올 1분기 2조 5000억 원, 연간 10조 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내리라는 게 증권가 컨센서스(평균치)다. 이대로라면 2021년 이후 3년 만에 연간 영업적자의 늪에서 탈출한다.
문제는 지난해 말 기준 200조 원이 넘는 누적 부채를 하루빨리 털어내야 본격적인 송배전망 증설 등 설비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특단의 자구안 중 한전KDN 매각 등은 노조와 야당의 반발 속에 보류돼 전기요금 인상이 완전한 재무위기 극복을 위한 유일한 해법이라고 전력 업계 관계자는 주장한다. 하지만 한전이 대규모 흑자를 내는 상황에서 민생과 산업 전반에 파급효과가 큰 전기요금 추가 인상은 쉽지 않으며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외국계 증권사인 JP모건은 최근 기업분석 보고서를 통해 “가격 재량권 부족과 정치과잉은 한전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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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째 적자를 이어가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도 부채비율 조정을 위해선 철도운임 인상이 불가피한 형편이다. 하지만 새마을호·KTX 등 간선 운임은 2011년 한 차례 오른 뒤 올해로 13년째 같은 가격으로 묶여있다. 코레일도 물가가 2%대에 안착한 뒤에서야 간선운임 인상의 운을 떼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사이 부채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코레일은 4415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도 3969억 원보다 적자폭이 446억 원 늘어났다. 부채가 20조 4654억 원에 달하다 보니 코레일이 부담한 한 해 이자비용만 4745억 원에 달했다. 하루 이자로 13억 원을 쓴 셈이다. 상황 악화에 한문희 코레일 사장도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코레일 부채 20조 원 중 15조 원이 금융부채인데 이에 대한 이자를 감당할 만큼 운임 인상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운임이 동결된 13년 간 30%가깝게 상승한 소비자물가 수준은 아니더라도 부채비율이 100%대로 내려올 수 있도록 운임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코레일 부채비율은 237.9%를 기록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운임 일괄인상은 물가부담이 생길 수 밖에 없지만 KTX-청룡이 새로 운행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신차에 대한 운임가격만이라도 올려 차별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괄 인상이 되더라도 KTX이용이 잦은 사람에게는 할인 혜택을 높이는 방식으로 인상 부담을 해소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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