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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사가 고령화 시대에 안정적인 자산을 확보하기 위한 조건으로 ‘신뢰 회복’을 첫손에 꼽았다. “노후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집중돼 있다는 것은 그만큼 금융 당국과 업권에 대한 신뢰가 낮다는 것”이라는 게 이 원장의 분석이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60세 이상 노령층의 가계 자산 중 82%가 부동산 등 실물 자산에 집중돼 있을 정도로 금융 자산 몫이 적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는 부동산 투자처럼 개인이 직접 정보를 수집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의 비중이 높다”면서 “투자자가 금융업 종사자에 어느 정도 신뢰를 갖고 있는지와 연결돼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23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26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인구구조 변화와 금융감독 방향’을 주제로 한 기조 강연에서 “금융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회복돼야 금융 상품 수요가 늘어나는 고령화 시대에 노령층의 빈곤 문제가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원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가 이뤄지는 상황에서는 과거와 달리 금융 상품 비중이 부동산 자산에 비해 늘어나야 정기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현재는 국민들의 노후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집중돼 있지만 부동산 시장이 더 팽창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부동산을 비롯한 일부 특정 금융 자산에 치중된 운영 형태를 바꿔야 긴 안목의 자산 운용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부문에 편중된 자산 문제가 빠른 시일 내에 통제되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변동성이 큰 시점이 올 때는 거대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부동산 자산의 금융 자산화를 위해서는 “금융회사가 노후 자산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게 이 원장의 판단이다. 이 원장은 이를 위해 우선 투자자의 경험이나 재산에 비춰 부적합한 상품을 권유하는 금융사들의 판매 관행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를 언급하며 금융사의 의사결정 구조도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본사 차원에서 단기 수익을 좇아 고위험 상품 판매 한도를 늘리는 행태를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대규모 손실로 소비자 보호에 실패한 사례를 최대한 줄여가야 한다”며 “금융사 내의 의사결정 문제를 다시 한번 짚어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오프라인 점포에 익숙한 노령층을 위해 과도한 점포 축소도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 원장은 “급속히 빨라진 디지털화와 오프라인 축소에 대응해 고령층의 금융 소외 현상에 어떻게 대처할지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방의 경우 노인 인구가 크게 늘었는데도 은행 점포는 되레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지방 노인 인구는 40% 늘었지만 점포 수는 24% 줄었다. 이 원장은 “전체 인구 추세에 견줘 지방 노인 인구의 증가 폭이 훨씬 큰데 점포 감소 폭은 되레 지방이 크다”면서 “지방의 노인 인구는 급증하고 여전히 고령층은 오프라인을 선호하지만 은행 등 금융회사는 디지털화 등을 이유로 지방 점포를 축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노령층을 비롯한 금융 취약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2년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은 1451억 원에 달했다. 피해자만 11만 3000명에 달했다. 1인 당 130만 원의 사기를 당한 셈이다. 이 원장은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를 보면 노령층에 집중돼 있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금융 교육이 다소 지엽적인 이슈처럼 보일 수 있지만 매년 수천억 원대의 피해가 발생하는 점을 고려하면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이 원장은 금융사가 노령층뿐만 아니라 청년층의 금융 상품 수요를 늘릴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대졸 청년의 최초 취업 평균 연령이 27세였는데 이제는 31세가 됐다”면서 “경제 생활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기간이 줄어든 만큼 자산 운영을 통해 수익을 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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