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등 각종 악재에 4만 원대 박스권
정신아號 쇄신 시작에도 증권가 눈높이 낮춰
“카카오가 멈추니 대한민국이 멈췄다.” 2022년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관련 서비스가 멈추자 일제히 나온 평가다. 국내 인구의 90%가 쓰는 카카오톡의 점유율처럼 카카오는 쇼핑부터 게임·은행·모빌리티까지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이렇게 ‘국민주’였던 카카오는 임원진의 주식 ‘먹튀(먹고 튀기)’ 논란, 각종 사법리스크, 플랫폼 규제 등 악재로 이제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외면받으며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이름까지 바꿀 각오”로 쇄신에 임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지켜보는 시장은 평은 엇갈리고 있다.
반의 반토막 난 주가 …개미도 눈 돌려
주가를 보면 기업에 대한 시선을 엿볼 수 있다. 23일 유가증권시장에 따르면 이날 카카오는 전장 대비 3.06% 내린 4만7500원에 장을 마쳤다. 액면분할 이후 2021년 6월 24일 기록한 최고점(17만3000원)과 비교하면 70% 넘게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10월 3만 원대까지 주저앉은 주가는 올해 6만 원대로 올라서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이내 다시 4만 원대로 내려왔다. 이달 4일 종가 4만9300원으로 마감한 이후 12거래일 연속 4만 원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적이 흔들리면서 주가도 휘청이는 모양새다. 카카오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7조557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0% 증가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4609억원으로 10.1%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최근 회계 기준을 정정하면서 ‘역대 최대’라는 기록이 갈아엎어진 결과다. 카카오는 지난해 매출(8조1058억 원)이 사상 최대치,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을 위법하게 부풀렸다며 제재를 통지하자 카카오는 회계 기준을 총액법에서 순액법으로 바꿔 재공시했다.
분식회계 논란과 더불어 각종 악재도 주가 발목을 잡는 배경이다. 앞서 카카오 계열사는 상장 직후 주요 경영진이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대규모 행사해 주가를 끌어내린 바 있다. 김 창업자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주가 조작 혐의 수사도 현재진행형이다. 정부가 거대 플랫폼의 독과점을 막겠다며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은 추가 악재다.
개인 투자자도 눈길을 거두고 있다. 올해 들어 개인은 카카오를 1473억 원어치 팔아치우고 기관이 909억 원, 외국인이 629억 원을 순매수했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개인이 2조2176억 원 순매수하며 카카오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던 모습과 상반된 상황이다.
“이름까지 바꾸겠다”는 각오에도 시장은 냉랭
카카오도 분골쇄신에 들어갔다. 김 창업자는 “카카오 이름까지 바꿀 각오로 임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지난달 카카오의 첫 여성 CEO로 정신아 대표가 새롭게 부임한 것이 시작이다. 카카오벤처스 대표였던 정 대표는 자율경영 대신 적극적인 책임경영을 강조하고 인공지능(AI) 등 미래 핵심사업 분야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1분기 실적 전망은 미지근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분기 매출액 컨센서스는 1조9995억 원, 영업이익 127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9%, 78.8% 증가한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증권가는 눈을 낮추고 있다. 교보증권(6만4000원), 한국투자증권(6만8000원), NH투자증권(6만9000원), KB증권(6만9000원), 다올투자증권(7만3000원), 상상인증권(7만 원), 한화투자증권(7만2000원) 등이 모두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톡광고나 커머스 등 본업은 견조한 반면 콘텐츠 사업부는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컨텐츠 사업부는 게임, 뮤직, 스토리, 미디어로 구성되며 자회사가 맡고 있다.
최승호 상상인 증권 연구원도 “카카오톡 플랫폼 비즈니스는 외부경쟁과 무관하게 이미 안정화됐고 추가적인 성장 모멘텀을 찾을 수 있는 단계”라며 “반면 컨텐츠의 경우 흥행산업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업다운이 심할 전망이며, 1분기 같은 경우 카카오게임즈, 엔터 등 주요 이벤트가 지연되며 예상보다 부침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정 대표의 쇄신 전략을 중심으로 미래 먹거리 사업인 AI가 주가 반등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는 올 초 ‘2024년 AI 관련 전망’에서 다양한 서비스에 AI를 순차적으로 접목하겠다고 밝혔다. 자체 개발하고 있는 대규모언어모델(LLM) ‘코GPT 2.0(가칭)’이 최대 기대주다.
김동우 교보증권 연구원은 “전사 조직 개편이 이루어지면서 신사업(헬스케어, 오픈채팅 및 로컬서비스, AI 컨텐츠봇 등)의 도입 속도가 더뎌지고 있으나, 신임 CEO 체제 아래 AI 사업 로드맵에 따라 새로운 기대감이 형성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 카카오는 자체 개발 LLM 코 GPT2.0과 외부 AI를 비용 효율성을 고려해 서비스에 맞춤으로 도입하는 하이브리드 AI 전략을 펼칠 예정이며 효과적인 접근이라 판단한다”며 “카카오톡뿐만 아니라 카카오맵, 모빌리티, 헬스케어 등 사업 전반에 걸친 AI 전략 발표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수차례 공개가 연기된 AI 모델에 대한 의구심과 중장기 로드맵이 부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진구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내부 정비 작업 등으로 AI 등 신규 사업 전략은 다소 후순위로 밀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AI는 생존과 직결되는 이슈인 만큼 심각하게 대응해야 할 것으로 판단되므로 애매한 LLM으로 빈약한 경쟁력을 공개하는 것보다는 글로벌 빅테크의 AI 플랫폼을 내재화하는 게 유리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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