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주도하는 상장사 공개매수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은 공개매수를 통해 회사의 지분을 확보한 뒤 상장폐지 절차에 돌입하려 합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PEF 운용사가 상장폐지를 주도하는 이유로 주가 관리 부담에서 벗어나고, 더욱 신속하고 대담한 경영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글로벌 PEF 운용사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서는 내달 14일까지 밀폐용기 제조사인 락앤락 지분 30.33%를 공개매수한다고 지난 18일 공시했습니다. 공개매수 가격은 보통주 1주당 8759원으로 전체 주식 매입 규모는 총 1149억원입니다.
공시에 따르면 현재 어피너티는 특수목적법인(SPC) 컨슈머스렝스를 통해 락앤락 주식 69.94%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공개매수를 통해 락앤락 지분 100%를 확보해 자발적 상장폐지 절차를 거친 후, 완전자회사로 편입한다는 계획입니다.
우리 상법에선 최대주주가 지분 95%를 확보하면 나머지 지분은 정당한 가격에 강제로 매수하여 상장폐지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이 ‘95%룰’을 기준으로 운용 중이고, 코스닥은 이를 준용해 약 90% 이상이면 자진 상폐를 허용하는 게 관례입니다.
또 다른 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한앤코)는 자회사 한앤코시멘트를 통해 지배하고 있는 쌍용C&E의 상장폐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앤코시멘트는 지난 3월 공개매수를 통해 쌍용C&E의 자사주 포함한 지분율을 93.03%까지 끌어올렸습니다.
한앤코시멘트는 이후에도 장내매수를 이어가며 현재까지 96.32%의 지분율을 확보했습니다. 7월까지 장내매수를 진행한 후 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거쳐 쌍용C&E 지분 100%를 확보해 자발적 상장폐지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밖에도 지난해 MBK파트너스와 UCK파트너스가 사들인 오스템임플란트, 한앤컴퍼니가 사들인 루트로닉 등이 상장폐지를 진행해 증시를 떠났습니다.
주주들 사이에서 자진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 발표는 대체로 호재로 여겨집니다. 자진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가는 보통 현재 주가보다 꽤 후하게 쳐주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현재 주가보다 낮은 주가로 공개매수가 진행된다면 당연히 그 누구도 매도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PEF는 다른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을 시가 대비 웃돈을 얹어주고 매입해야 합니다. PEF는 자본시장 내에서도 높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집단에 속합니다. PEF들이 돈을 더 내면서까지 투자기업을 상장 시장에서 빼내는 목적은 무엇일까요.
PEF 입장에서는 상장사보다 비상장사가 관리하기 쉽습니다. 상장사는 공시 의무를 충족해야 합니다. 경영상 주요 결정 사항 및 정보들을 시장에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합니다. 하지만 비상장으로 전환하면 이같은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경영 간섭을 받을 일이 없어 경영진을 선임하고 회사의 전략 방향에 따라 구조조정이나 신규 사업 투자를 집행하는 데 있어서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PEF에게 증시 변동에 따른 주가 등락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PEF는 기업을 인수할 때 자금이 모자랄 경우 해당 기업의 주식을 담보로 대출 받아 충당합니다. 때문에 인수한 기업의 주가가 올라야 대출금 이자를 갚고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주가가 인수 가격 밑으로 떨어지면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앞서 IMM프라이빗에쿼티는 포트폴리오 기업인 상장사 한샘과 에이블씨엔씨의 주가가 인수 이후 하락하자 이와 관련해 지분 추가 매수와 실적 개선책 등 대책을 마련해야 했습니다.
PEF 관계자는 “투자기업이 비상장사일 때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고 공시 의무에서 자유로운 등 상장사 대비 효율성 측면에서 용이한 부분이 많다”며 “주가의 등락이 있는 경우 자금을 융통하는 것에 있어 불확실성에 놓이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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