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400원 돌파 등 높은 변동성 양상
한·미·일 재무장관 구두 개입에 진정세
중동 확전·배당 이슈 등 불확실성 여전
원·달러 환율이 이달 들어서만 최대 50원 넘게 오르며 1400원을 돌파하는 등 강(强)달러 공포가 커지고 있다.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 등으로 달러 수요가 급증한 탓으로 분석된다.
다만 한·미·일 재무장관이 공동 구두 개입에 나서면서 원화 약세 흐름은 다소 약해진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향후 중동 확전과 오는 6월 미국의 금리 동결 결정 시 1400원대를 재진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3.0원 내린 1379.2원으로 마감했다. 앞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16일 장중 1400원을 기록하면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기록한 것은 1997~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발(發) 고강도 통화 긴축과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 사태 등을 포함해 이번이 네 차례에 불과하다.
다만 지난 17일(현지시각) 한·미·일 재무장관들이 “최근 엔화와 원화의 급격한 평가절하(가치 하락)에 대한 일본과 한국의 심각한 우려를 인지했다”며 구두 개입에 나서자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실제 지난 22일 기준 원·달러 환율(1379.2원)은 이번 달 고점(1400.0원) 대비 21원가량 하락한 상태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의 상단은 확인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난주 한·미·일 3국이 이례적인 정책 공조에 나서면서 환율은 1400원에서 고점을 형성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동 확전 가능성과 오는 6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결정 불확실성,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국내 기업의 배당금 지급 이슈 등은 환율 변동성을 재차 확대할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배당금을 자국으로 송금하는 과정에서 달러를 매수해 원화 가치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통상적으로 환율 상승(달러 강세·원화 약세)이 지속되면 달러를 원화로 바꿔서 투자하는 외국인들의 입장에서는 보유한 주식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환차손 우려가 커지기 때문에 매도 심리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
이주원 연구원은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1분기 수준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잔존해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특히 원화는 이달 말까지 배당 송금 수요가 남아 있어, 원·달러 환율 하락 유인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진호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연구원은 “중동 확전 관련 이슈가 나오지 않고 있어 달러 강세 흐름이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이 연초까지만 해도 3번이었는데, 최근 1~2번까지로 줄어든 만큼 달러 강세가 약해지기는 쉽지 않은 국면”이라고 봤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1300원 중후반에서 박스권 등락을 보일 것”이라며 “미국의 견고한 펀더멘탈(기초체력)이 재확인되며 대외 강달러 압력이 잔존한 가운데, 중동발 지정학적 위험 역시 단기간에 해소되기 쉽지 않아 에너지 가격 변동성에 취약한 원화 강세는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번 주 주요 기업들의 배당금 지급이 마무리되면서 역송금 수요는 점차 잦아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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