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주가 상승분만 봤을 때 삼성물산은 올해 가장 성공한 행동주의펀드 사례에 해당됩니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은 지난 8일 데일리임팩트 주최로 개최한 행동주의펀드 토론회에서 올해 삼성물산에 배당증액과 자사주 매입을 제안한 행동주의펀드 연합의 성과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김 본부장은 “(행동주의펀드의) 성과를 단순 표 대결 관점이 아니라 주주환원율과 같은 주가 상승 등 주주 가치가 얼마나 제고됐는지 바라본다면 삼성물산 같은 경우가 가장 성공한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15일 개최된 삼성물산 정기주총에서 시티오브런던(CLIM), 안다자산운용,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 등 5개 국내외 행동주의펀드는 사측을 상대로 이사회 제안(보통·우선주 각각 2250원, 2600원)보다 76% 증액한 현금배당(주당 4500원, 4550원)과 자기주식 5000억원 매입 안건을 두고 표 대결을 펼쳤으나 표결에서 패배했다.
표결에서는 패배했으나 김 본부장의 말처럼, 지난해 11월 화이트박스와 CLIM 등 해외 행동주의펀드가 이사회에 주주서한을 보낸 시점부터 주주총회 당일인 지난달 15일까지 근 4개월 간 삼성물산 주가는 약 36% 상승했다.
이창민 한양대학교 교수는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상장사에서 행동주의펀드가 표 대결에서 승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배주주가 있는 대기업 집단 상장사에서 행동주의펀드가 표 대결에서 이기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며 “표 대결에서 지는 것은 행동주의펀드의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대기업 집단의 소유 구조의 근본적인 한계”라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물산의 지배주주인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특수관계인(33.63%)과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KCC(9.17%)등 이들의 지분을 합치면 40%가 넘어가는 반면 행동주의펀드 연합은 2% 가량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주총 전날에는 3대주주 국민연금(7.01%)이 이사회 제안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행동주의펀드 연합은 소액주주들의 표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연합이 제안한 배당 증액과 자기주식 매입 안건은 모두 보통결의 사항이었다. 안건 통과를 위해서는 지난달 주총 현장에 참석한 의결권 있는 주식 수 총 1억 3800만주 가운데 현장 출석 주식 과반수(6900만주)와 발행 주식총수 25%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다.
하지만 삼성물산이 제시한 배당 안건은 77%(1억 600만주)의 찬성표를 받은 반면 행동주의펀드 연합의 배당 증액 안건은 23%(3200만주)의 표를 받는데 그쳤다. 또한 행동주의펀드가 제안한 자사주 소각에 대한 찬성은 18%(2400만주)에 그치며 부결됐다.
새로운 ‘연합’ 전략 선보인 행주펀.. 의미 퇴색되지 않게 알려야
전문가들은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펀드들이 연합 전략을 선택한 이유와 함께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도 제언했다.
안효섭 한국ESG연구소 거버넌스본부장은 토론회에서 5개 행동주의펀드가 연합해 삼성물산 주주 활동에 나선 이유를 주주 제안을 위한 지분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라고 해석했다.
안 본부장은 “삼성물산의 자본금은 180억 원 수준으로 상법상 1000억원 미만 상장사에 주주 제안을 하기 위해선 1% 지분이 필요하다”며 “이 요건을 갖추기 위해 1% 미만의 지분을 가진 펀드들이 연합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물산의 지난 2023년 자본금은 187억원 수준이다. 상법상 자본금 1000억원 미만 상장사에 주주 제안을 하기 위해선 1% 지분이 필요한데, 5개 행동주의펀드 각각으로는 1% 미만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개별로는 주주 제안이 불가능했다는 설명이다.
행동주의펀드에서 성과와 전략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교수는 “일부 언론에서 연합 전략을 울프팩(wolf pack·늑대 무리) 전략이라며 비판하고 있는데, 행동주의펀드 측에서 연합 전략의 성과와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선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합리적인 배당 증액 제안 위해 신사업 투자액 고려해야
또한 행동주의펀드 연합의 배당 증액 관련 요구가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회사의 투자 재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교수는 “지배주주가 있는 국내 상장사에서는 지배권 유지를 위해 신사업 투자 시 신주 발행을 잘 고려하지 않는다”며 “행동주의펀드의 제안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회사의 캐팩스(CAPEX·자본적지출)를 고려한 배당 증액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측이 유상증자 등 신주를 발행해 지배주주 지분이 희석 되는 상황은 고려하지 않을 것이기에, 배당 가능한 현금을 계산할 때 신규 투자 비용을 제외해야 한다는 것.
실제 삼성물산은 행동주의펀드 연합이 제안한 배당 증액과 자사주 매입 안건의 반대 이유로, 신사업 투자를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주주환원 규모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삼성물산은 주총전 공시를 통해 “이들((행동주의 펀드 연합)이 제안한 주주환원 규모는 1조2364억 원으로 2023년뿐 아니라 2024년 회사의 잉여 현금흐름 100%를 초과하는 금액”이라며 “이런 규모의 현금 유출이 이뤄진다면 회사는 미래 성장 동력 확보 및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체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기주주총회 현장에서 송규종 삼성물산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기후위기,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등 대내외 경영 환경을 고려하면 자사주를 매입하기 보다 친환경 에너지·바이오 헬스케어 등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을 위한 신규 투자에 비중을 두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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