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가까운 연구개발 끝에 100%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신형 고속열차 ‘KTX-청룡(CHEONG-RYONG, 개발명 EMU-320)’이 오는 5월 운행을 앞두고 손님 맞이 준비를 끝냈다.
22일 오전 9시 50분 취재진과 승객들로 북적이는 서울역 KTX 4번 플랫폼을 향해 푸른색 KTX 열차가 들어왔다. 이날 시승행사를 진행하는 KTX-청룡열차였다.
시승행사는 국민 시승단 330여 명과 취재진 70여 명을 태우고 서울역을 출발해 대전, 동대구를 거쳐 부산까지 왕복하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서울역에서 만난 KTX-청룡 외관은 청룡을 상징하는 짙푸른 색상과 황금색 곡선을 제외하면 기존 열차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다만 내부 객실로 들어선 순간 기존 열차와 확연하게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쾌적한 좌석이었다. 차량 폭과 좌석 간격이 넓어져 탁 트인 공간감이 느껴졌다. KTX-청룡은 KTX-산천이나 산천Ⅱ와 비교해 좌석 간 앞뒤 공간은 126㎜로 20㎜, 좌석 통로 폭은 604㎜로 154㎜ 넓어졌다. 아울러 좌석마다 개별 창문이 있고, 220V 콘센트, 무선충전기, USB 포트가 설치되는 등 편의성도 대폭 개선됐다.
또 다른 특징은 기존 열차와 달리 전체 열차가 모두 객실로 활용된다는 점이었다. KTX-청룡은 ‘동력분산식’ 고속열차로 개발됐다. 앞뒤로 기관차(동력차)가 있는 동력집중식과 달리 동력분산식은 자체 동력을 갖춘 객차(동력객차)와 제어차로만 구성되기 때문에 객실 공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KTX-청룡은 편성당 좌석 수가 515석이며 KTX-산천 대비 136석(35.8%), KTX-산천Ⅱ 대비 105석(25.6%) 더 많다. 두 개 이상 차량을 하나로 묶어서 한 개 차량으로 운행하는 복합(중련) 차량으로 운행하면 좌석 수는 최대 1030석에 달한다.
오전 10시 17분 시승단이 탄 차량이 서울역 플랫폼을 빠져나왔다. 동력분산식인 만큼 가·감속 능력이 뛰어났다. 플랫폼을 벗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속력이 시속 300㎞까지 올랐다.
KTX-청룡의 최고 속도는 시속 320㎞로 국내에서 가장 빠른 고속열차다. 기존 KTX-1과 KTX-산천(운행최고속도 시속 300㎞)보다 6.7% 높은 속도다. 설계 최고 속도는 시속 352㎞에 이른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평택~오송 복복선화 공사가 완공되는 2028년 이전까지는 기존 열차와 동일한 시속 300㎞로 운행된다.
터널 구간을 통과하면서 귀가 멍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차량 흔들림은 크지 않았다. 저속 구간과 고속 구간 승차감도 특별한 차이는 나지 않았다. 또 뛰어난 기밀성으로 운행 중 큰 소음이 발생하는 모습도 없었다.
이정률 현대로템 책임연구원은 “KTX-청룡은 승차감 향상을 위해 객실과 운전실에 흡음재와 차음판을 추가했다”며 “또 고속 주행 중 발생하는 철도차량 진동을 줄이기 위해 최적화된 공기스프링을 적용해 승차감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KTX-청룡이 운행에 투입되면서 승객 이동 시간도 크게 단축될 전망이다. 코레일은 이번에 도입된 KTX-청룡 2편성을 5월부터 ‘급행 고속열차’ 운행에 투입할 계획이다. 급행 고속열차는 정차역을 최소화한 노선으로 서울~부산은 2시간 10분대, 용산~광주송정은 1시간 30분대에 주파할 수 있다. 기존 부산 도달 시간인 2시간 36분 대비 20여 분을 단축할 수 있는 셈이다.
5월부터 KTX가 투입되면 경부선·호남선 공급 좌석도 주중 기준 1030석 늘어날 예정이다. 선로용량에 한계가 있는 주말에는 경부선에만 300석 증가(중련운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수원을 경유하는 경부선 KTX도 하루 4회 증편(3820석 증가)된다. 운임·요금은 기존 KTX와 같다.
노준기 코레일 여객마케팅 처장은 “KTX-청룡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큰 만큼 2027년부터 31편성을 추가 도입할 계획”이라며 “향후 고속철도 신규 노선 건설에 따라 전국적으로 운행을 확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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