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이었던 4월 20일, 청계천 광장에서는 장애인생산품 홍보의 장이 열렸다.
필자도 정신을 차려보니 양손 가득 우엉차, 비누, 소금빵, 손뜨개 카드지갑까지 사고서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전국에서 모인 45개의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장애인 보호작업장 등 장애인의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 기관에서 장애인이 생산한 상품과 서비스를 소개하는 자리가 알차게 준비되었다. 식품, 사무용품, 생활용품, 방역서비스 등 산업의 종류대로 구분된 장터에서 ESG 체험 코너가 눈에 띈다.
이 행사를 수년간 개최하고 있는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가 서울지역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한 49군데 중 87.8%가 기후변화 관련 기후위기 대응력이 떨어진다고 답변하였다. 재정이 열악해 오래된 건물에 입주해 있는 경우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폭염과 혹한에 고통받는다. 지하에 있는 시설들이 많아 서울에서도 자주 발생하는 폭우와 홍수에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기도 한다.
중증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수익을 모두 장애인 근로자에게 임금으로 지급하는데 최근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2020년 기준 138군데의 서울 소재 직업재활시설 중 17.4%(24군데)가 비닐쇼핑백, 현수막, 인쇄물, 포장 등 일회용품 생산업종을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강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 규제와 국제적인 분위기에 따라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있지만, 직업 선택권과 직무 변환 유연성이 낮은 중증장애인 근로자의 경우 해결책이 당장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심지어는 일회용품 생산기업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 공격을 받을 때 장애인 근로자들이 “우리가 환경을 해치고 있어요?” 하고 묻는 말에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말을 잃었다는 복지사의 얘기는 서글픈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많은 시설이 공정 과정 개선, 제품 변환, 친환경 신제품 모색 등 친환경 비즈니스로의 변환과 확대를 원하고 있으나 정보가 부족하고, 시장이 빠르게 변하는 것에 반해 비장애인에 비교해 새로운 직무 훈련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므로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신사업을 추진하던 시설의 예를 들어보면, 시장 조사와 사업성을 판단한 후 시설을 갖추기 위해 정부 지원금을 신청하는 사이 일반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장악하여 실제로 사업을 할 수 있는 시점에는 이미 뒤처져 있다는 사례는 복지시설이면서 동시에 비즈니스 기관이기도 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시설의 현실이다.
필자는 2023년부터 3년간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콜렉티브 임팩트 사업으로 친환경 장애인일터를 조성하고 지원하는 ‘함께 그린 사이클’이라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 다양한 기업(기관)이 모여 특정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
시설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그린 리모델링과 순환경제 직무 코칭과 시범사업이 함께 진행된다. 성공적인 사업의 수행을 위해 따듯한 동행과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 에코시안과 터치포굿이 컨소시엄을 결성하여 각자의 전문성을 투입하여 추진하고 있다.
2023년에는 똘레랑스(쿠키 제조시설)와 함께 비건 쿠키, 기후위기 동물 캐릭터 쿠키 등을 개발했고, 2024년에도 플라스틱 업사이클 사업, 멸종위기 동물 인형, 발달장애인 그림을 추가한 재활용 화분, 친환경 화장품과 세제 등 다양한 시범사업을 준비 중이다.
장애인의 날이 아니더라도 장애인과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열심히 일하고, 일의 결과물에 보람을 느끼면서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장애인과 환경을 동시에 행복하게 살릴 수 있는 친환경 장애인일터가 전국적으로 다 많아졌으면 한다. 혹시 직접적으로 장애인 생산시설과 협업하고 싶거나 아이디어가 있는데 현장을 잘 몰라 망설여진다면 부담 없이 필자나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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